“기술·메시지·음악 총집결”…숱한 화제 남긴 U2 서울공연
지난 8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U2의 사상 첫 내한공연은 기록적 규모만큼이나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U2는 약 2시간 20분간 내한공연에서 예순을 앞둔 나이에도 압도적 사운드와 열정적 퍼포먼스, 주저 없는 사회적 메시지 등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가로 61m, 세로 14m 크기 초대형 스크린은 때로는 자연 풍경, 때로는 밴드의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상영하며 시각과 청각이 어우러진 '공감각적' 체험을 가능케 했다. 화물 전세기 3대, 화물 트럭 16대로 공수된 장비 규모만도 화제였다.
임진모 음악 평론가는 "여태까지 내한공연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에서 보는 공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U2 미학은 결국 '융합'에서 출발하는데, 기술과 인력·메시지·이미지 등 모든 것이 총집결된 공연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앞으로 내한공연의 질 측면에서 상당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했다.
시대 현실에 적극적으로 공명한 U2 멤버들의 태도는 록의 예술성과 저항성의 결합을 생생히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연을 관람한 이들 사이에서는 앙코르곡 '울트라바이올렛'(Ultraviolet)에서 상영한 영상이 많이 회자된다.
U2는 투어 공연을 다닐 때마다 이 곡을 여성 인권을 위한 투쟁에 헌정하며 그 나라의 여성 운동가, 기억해야 할 여성들을 스크린에 보여준다.
한국 공연에서는 '미투' 운동 물꼬를 튼 서지현 검사, 일제강점기 여성해방을 주창한 화가 나혜석, 한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인 이태영 박사 등이 비쳤다. 특히 최근 세상을 떠난 가수 설리가 등장했을 때 울컥했다는 후기가 많았다.
한 30대 여성 관객은 "일반적인 여성 '위인'을 줄줄이 보여주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엄밀히 말해 '피해자'에 가까운 설리까지 챙겨줘서 고마웠다"며 "U2가 건넨 위로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 관계자는 이번 영상에 대해 "(한국 쪽 관계자들이) 일절 관여한 것이 없다"며 "누굴 포함할지, 어떤 이미지를 쓸지 등을 모두 U2 측에서 알아서 작업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내한한 대중가수로서는 드물게 보컬 보노가 9일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것도 화제를 모은 대목이다.
사회운동가로도 활동하는 보노는 전날 공연에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며 '타협'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과 만남에서도 "음악은 힘이 세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눈길을 끌었다.
공연에 앞서 스크린에는 김혜순 시인의 '감기', 최승자 시인의 '나는 기억하고 있다', 이시영 시인의 '지리산' 등 한국 시가 흘러나왔다.
기타리스트 디 에지는 공연에서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을 했다. 언덕을 올라 성곽에서 서울 전망을 바라봤다"며 "이틀은 부족하다. 얼른 돌아와야겠다"고 말해 열광적 환호를 받았다.
U2는 이날 공식 인스타그램에 환호하는 서울 관객들의 영상을 올리고 "굉장한 관객, 굉장한 도시, 굉장한 밤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필리핀과 인도를 다음 기착지로 '조슈아 트리 투어 2019'를 이어간다. 다음 공연은 1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