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간 U2 보노 “Music is powerful”…文의 고심
전설적인 록밴드 'U2'의 보컬 '보노'가 오늘(9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만났습니다. 첫 내한 공연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보노가 문 대통령 예방을 요청해 만남이 성사됐다고 하죠.
U2의 리더인 보노는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사회 운동가이기도 합니다.
빈곤·질병 종식을 위한 기구를 공동 설립했고, 빈곤 퇴치 캠페인은 물론 민감한 정치 사회 현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보노가 동족 간 유혈 분쟁을 겪은 아일랜드 출신이라는 점, 그리고 지금 한반도 상황이 예사롭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이 한반도 평화에 대해 어떤 대화를 나눌지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文 "한국 전쟁이 발발한 날도 일요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U2의 첫 한국 공연을 환영하고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네며 U2의 곡 '블러디 선데이'(Bloody Sunday) 얘기를 꺼냈습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전쟁이 발발한 날도 일요일이었다"면서 U2의 이 노래에 대해 공감을 표하면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열망을 언급했습니다.
"'Sunday Bloody Sunday'는 아일랜드의 상황을 노래했던 것이었지만 우리 한국전쟁이 발발한 날도 일요일이었습니다. 독일의 통일 이후 우리 한국 국민들도 남북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그런 열망이 더욱 강해졌습니다"(문 대통령)
어제 고척스카이돔 공연에서도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보냈던 보노도 화답했습니다.
"평화 프로세스에 있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신 것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이러한 평화가 단지 몽상이 아닌 정말 실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끝까지 굳은 결의를 갖고 임하시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보노)
보노 "Music is powerful, 한반도 평화에 남북 음악인들 큰 역할"
문 대통령은 "평화의 길에 음악을 비롯한 문화·예술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고, 보노는 "Music is powerful(음악은 힘이 세다)"이라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남북 음악인들이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보노는 문 대통령에게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시집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199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일랜드 시인 '셰이머스 히니(Seamus Heaney)’로부터 직접 친필서명을 받은 시집인데, 자신의 서재에서 꺼내온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평화가 몽상이 아닌 실현될 수 있도록.." 文의 카드는?
이렇게 보노와의 40분간 대화에선 웃으며 한반도 평화에 대한 덕담이 오갔지만 지금 한반도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문 대통령의 고심, 깊을 수밖에 없죠.
북한은 올해 연말을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하며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경고해 온 데다, 7일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요한 시험'을 했다며 연일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같은 날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현 상황을 돌파할 대북 특사 등 구체적인 여러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고, 우리 정부는 물밑에서 대북 접촉에 나서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화의 문이 점점 닫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가 '6.12 싱가포르 합의' 이전으로 돌아가는 걸 기필코 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노는 문 대통령에게 "평화가 단지 몽상이 아닌 정말 실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끝까지 굳은 결의를 갖고 임하시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존경의 뜻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평화를 노래한 보노의 기원대로, 그동안 차근차근 쌓아온 한반도 평화가 몽상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현될 수 있게 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많지만, 또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문 대통령은 오늘 보노 접견 외엔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고, 통상 월요일마다 열리던 수석·보좌관 회의도 열지 않았습니다. 비공개 보고를 받고 참모들과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