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무실…"일하다 병 걸렸다" 제보만 5개월만에 10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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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7~11월 제보 분석 결과
직장에서 신체적·정신적 질병 제보 98건
산재 신청 방해·산재휴가 후 불이익 24건
"김용균 1년…한해 2400명 일하다 죽어"
"일하다 다치면 산재보험 처리가 원칙"

http://image.newsis.com/2019/09/16/NISI20190916_0000395801_web.jpg?rnd=20190916163309

[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삼촌의 사망소식을 접하게 됐습니다. 사유는 자살이었고요. 가족에게 물어보니 삼촌이 '회사에서 날 내보내고 싶어서 별 것도 아닌 것에 트집을 잡는다'고 하셨습니다. 갑질도 심각했고, 새벽 3시 넘어서 집에 들어온 적도 많았다고 했습니다. 휴대전화 문자 내용을 살펴보니 전날 해고를 당하고 목숨을 끊으신 것 같습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5개월 간의 제보를 분석한 결과, 직장에서 신체·정신적 질병을 얻었다는 내용이 10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올해 7월1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1248건 가운데 직장에서 신체·정신적 질병을 얻어 치료를 받았다는 제보가 98건(7.9%)이라는 것이다.

이중 신체적 질병은 31건(31.6%), 정신적 질병은 67건(68.4%)였다.

산업재해 신청을 방해하거나 산재휴가 후 불이익을 받았다는 응답의 경우 24건(24.5%)이었다.

관련 사례를 살펴보면 직장인 A씨는 연차를 소진해 치료를 받고 회사에 복귀했는데, 상사가 하루종일 청소를 지시하고 같은 조원에게 "(A씨를) 제 발로 걸어나가게 하겠다, 못 버티게 하겠다"고 했다는 제보를 해왔다. A씨는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들어 다시 정신과 치료를 받으려고 한다"고 호소했다.

B씨는 허리디스크로 3개월간 병가를 냈지만 3개월 후 더 이상 병가연장이 어렵다는 회사 통보를 받았다. 이후 B씨는 어쩔 수 없이 복직했는데 집단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제보했다.

직장갑질119는 "고(故)김용균씨가 떠난 지 1년이 됐는데 대한민국은 한해 2400명의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죽는다"면서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이 우여곡절 끝에 제정됐지만, 정부는 산안법 시행령을 누더기로 만들어 김용균이 일했던 발전소를 포함해 대부분의 업종을 '위험의 외주화' 금지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회사에서 얻은 질병은 산업재해를 신청해야 한다"면서 "회사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근로감독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어서 회사는 산재보험보다 공상처리하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공상처리는 일하다 다쳤는데도 산재보험으로 처리하지 않고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병원비를 부담하는 것을 말한다. 공상처리를 할 경우 치료되지 않는 장해(장애)가 남을 경우 장해급여를 신청할 수 없고, 치료 중 사망할 경우 유족급여·장의비 등을 받을 수 없다고 직장갑질119는 설명했다.

직장갑질119는 "일하다 다쳤으면 산재보험으로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산재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을 이용하는 공상처리는 엄밀히 말해 보험사기라고 할 수 있다"면서 "만약 건강보험공단에서 공상처리 사실을 알게 된다면 공단부담금을 환수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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