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위침 자세로…'포수난 해결 선봉' 지성준의 혹독한 겨울나기[SS TALK]
by 김용일[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12월 둘째 주부터 메시지 OFF.’
롯데 포수난 해결이라는 중책을 떠안은 지성준(25)의 휴대폰 모바일 메시지 알림말엔 이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그는 비활동기간에도 누구보다 어깨가 무겁다. 마무리훈련 직후 12월 초 대전 자택에서 휴식에 집중한 그는 9일 다시 부산으로 이동했다.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최근까지 쉬는 데 집중했고 오늘 다시 내려가려고 한다. 코어 위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최근 모바일 메시지 알림말은) 이제 운동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연락을 잘 못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웃었다.
유독 시끄러웠던 포지션. 베테랑을 영입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기존 김준태와 동갑내기인 1994년생 지성준을 트레이드로 영입한 롯데 행보에 많이 이들이 놀라워했다. 특히 지성준은 올해 한화에서 58경기 출전에 불과하다. 한 시즌 가장 많이 소화한 건 지난해 99경기로 아직 시즌 100경기 이상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주전 포수로 낙점하고 데려온 건 그만큼 잠재력을 높게 샀기 때문이다. 지성준은 “부담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경기를 즐기고 싶다. 무언가 거창하게 말하기보다 팬이 많이 찾을 수 있는 야구를 하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스스로 풀타임 시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스프링캠프로 향하기 전 비활동기간에 몸만들기에 주력하기로 했다. 그는 “웨이트트레이닝에 주력하는 건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50% 이상 늘리기 위해서다. 몸무게는 98㎏ 정도로 유지하려고 한다”며 “경기에 나설 때 몸을 가볍게 하고 힘을 잘 쓰기 위해서 오래전부터 계획해왔다”고 설명했다.
지성준하면 ‘공격형 포수’로 설명한다. 반대로 수비에서 약점을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롯데 관계자는 “수비에서 부족한 면이 있을 수 있지만 타격에 장점이 있다. 수비도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 2~3년 뒤엔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지성준은 “솔직히 수비에서 아쉬운 평가를 하시는데 억울한 면도 있다. 올해 좋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사실 도루 저지만 놓고 봤을 때 ‘말렸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고 웃었다. 그는 “타이밍을 들어맞았다고 여기는데 조급한 마음에 정확하게 송구를 못 한 적도 있다. 그리고 아웃 판정이 세이프로 바뀐 적도 있었는데 롯데에서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지성준은 부임 직후 ‘실수를 두려워하지 마라’는 허문회 감독, 코치진 철학에 한 수 거들었다. 그는 “감독께서 최근 선수단 앞에서 ‘감독과 코치가 아무리 얘기해도 결국 선수가 알아서 해야 한다. 실수할까 봐 주눅 들지 말고 하고 싶은 퍼포먼스를 다하라’는 조언을 했다”며 “나 역시 야구 스타일이 그렇다”고 강조했다. 특히 롯데는 올해 최다 폭투(103개), 최다 실책(103개), 최다 사구(546개) 등 불명예스러운 지표를 떠안으면서 포수난과 궤를 같이했다. 허 감독도 부임 직후 ‘볼넷, 실책 줄이기’를 시급한 과제로 언급했다. 그러나 지성준은 사고의 전환을 강조했다. “물론 볼넷, 실책 줄여야 한다”면서 “다만 그런 것을 ‘문제다, 줄여야 한다’는 것에 집착하는 건 더욱더 좋지 않다. 장점을 더 들여다보고 극대화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볼넷 준다고 경기 무조건 지는 거 아니다. 가끔은 (투수나 포수도) ‘볼넷 주면 어때?’라는 무모한 마음을 품어도 좋다. 자신 있게 야구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저 마부위침(磨斧爲針)의 자세다. 지성준은 포수진을 넘어 롯데 전체가 새로운 지향점을 품고 한차원 거듭나는 데 가교 구실을 하려는 마음으로 다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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