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유산 위험, 블루·핑크 칼라 여성 크다” 최초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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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 임신하고 유산했다는 걸 한 달 뒤에 알았어요."

자연유산을 경험한 한 30대 여성은 당시 밤샘작업과 지방출장이 많아 집에 가기조차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방송 관련 일을 해서 무거운 장비를 옮기거나 추운 겨울에 오랫동안 바깥에 서 있는 일이 많았다고 증언합니다. 과연 이런 노동 환경이 자연유산에 영향을 줬을까요?

자연유산, 80%가 임신 12주 이내 발생

'임신 초기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이런 말 많이 하잖아요? 이 말이 맞습니다. '자연유산'은 의학적 시술을 시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태아가 생존하지 못하고 임신이 종결되는 것을 말하며, 80%가 임신 12주 이내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연유산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부터 환경적 요인까지 다양하지만, 여성 근로자의 노동 형태, 시간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국내에선 이전까지 조사된 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국가 단위 자료로 여성의 근로환경과 자연유산의 연관성을 분석한 국내 연구결과가 처음 나왔습니다. 그 결과 가임 여성 근로자가 장시간 일을 하면 자연유산의 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근무형태에 따라 사무직 여성보다 생산직 여성에서 유산 위험이 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성근로자 5.7%, 자연유산 경험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천대길병원 연구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바탕으로 여성 근로자 4,078명을 조사한 결과, 5.7%인 234명이 자연유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자연유산에 영향을 미치는 여성의 근로환경 요인을 분석했습니다.

여성 장시간 근무, 자연유산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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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주당 50시간 미만 근로 여성과 비교해 61~70시간 근로한 여성은 자연유산 위험이 56%, 70시간 초과 시 66%까지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여성의 근로시간이 길어지면 상대적으로 수면시간이 짧아져 조산을 유도할 뿐 아니라 장시간 근로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해 태반으로 가는 혈류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핑크·블루 칼라 여성, 자연유산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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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 외에도 근무 형태에 따라 자연 유산율은 달랐습니다. 사무직 여성(화이트칼라)에 비해 보육교사나 간호사 같은 개인 상대 서비스직(핑크칼라)은 자연유산 위험이 76%, 생산직(블루칼라)은 81%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핑크칼라나 블루칼라 직종에 종사할 경우 사무직 여성 근로자에 비해 직장에서 요구하는 물리적 노동형태가 다양하고 상대적으로 강도가 세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센 노동강도, 불안정한 자세... 복압↑, 자궁 태반으로 가는 혈류↓

연구팀은 가임여성의 경우 7시간 이상 서서 근무를 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반복해서 드는 경우 자궁과 태반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해 태아에게 공급되는 산소와 영양분이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웅크리는 자세처럼 불안정한 상태에서 작업을 오래 하는 경우 복강 내 압력을 올려 자궁의 안정성을 떨어뜨려 원치 않는 조산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신 초기, 임신 유지에 결정적... 사회 정책적 배려 필요

이완형 가천대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태어날 아이의 양육을 대비해 많은 여성 근로자가 출산 한 달 또는 직전까지 일하다가 육아휴직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보호가 필요한 시기는 출산 전후뿐 아니라 임신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임신 초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교수는 여성 근로자의 자연유산이 근로환경과 밀접한 만큼 사업장에서 임신 초기 여성을 보호하고 작업을 최소화하는 등 사회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국가 데이터를 활용해 여성 근로자의 노동 환경과 자연유산의 관련성을 밝힌 첫 결과로 국제학술지 바이오메드센트럴 공중보건(BMC Public Health) 최근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