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스크린 첫 주연 이시언 “연기갈증에 새로운 모습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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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스크린 주연작이라는 부담이 커서일까.

영화 '아내를 죽였다'에 출연한 배우 이시언(37)은 TV에서 봐왔던 코믹한 이미지와 달리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진지했다. 가끔 유머 본능이 불쑥 튀어나오긴 했지만, 대부분 말을 고르고 골라 신중하게 입을 뗐다.

9일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시언은 "이런 부담감은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아내를 죽였다'(김하라 감독)는 그가 2009년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 주연으로 데뷔한 이후 10년 만에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영화 엔딩 크레디트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대중에게 안 보여주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니까 마치 옷을 다 벗고 있는 듯한 느낌이에요. 불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됩니다."

도발적인 제목의 이 작품은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다 '필름'이 끊긴 정호가 그다음 날 아내를 죽인 살인범으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정호는 경찰 추적을 피해 전날 자신의 행적을 좇으며 기억의 퍼즐 조각을 하나둘씩 맞춰나간다.

영화 '깡철이'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자전차왕 엄복동'과 드라마 '더킹 투하츠', '응답하라 1997', '더블유', '투깝스' '라이브' 등 그동안 이시언이 쌓아온 필모그래피와는 다소 결이 다른 작품이다. 직장에서 쫓겨난 뒤 술과 도박에 빠져 지내다 인생의 막다른 코너에 몰린 한 남자의 모습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이시언은 "그동안 즐겁고 코믹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며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갈증을 느끼던 차에 이 작품을 만났다"고 했다.

그가 올 초 MBC TV 예능 '나 혼자 산다' 출연을 잠시 중단하고 40일간 찍은 작품이다. 거의 모든 장면에 그가 등장하는 만큼 촬영 일정은 빡빡했다.

이시언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정말 최선을 다했다"면서 "이 작품이 앞으로 제가 출연하게 될 다른 작품에 좋은 첫술이 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극 설정상 그는 취한 모습으로 많이 등장한다. 이시언은 "30대가 넘어가니까 필름이 끊기기도 한다"면서 "실제 주량은 소주 두병 반 정도"라고 말했다.

이시언 하면 2013년부터 출연해온 '나 혼자 산다'를 빼놓을 수 없다. 지질하면서도 소탈하고, '이웃 총각'처럼 친근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동네를 걸어가는데 누가 '이시언' 하고 부르더라고요. 돌아보니까 저는 처음 본 분인데, '같은 아파트 사는데 왜 인사를 안 하냐'고 하시더라고요. 저를 친근하게 여겨주셔서 그런 것 같은데, 조금 당황스러웠죠. 또 제 앞에서 '얼굴이 크네, 작네' '머리를 감았네, 안 감았네' 등 일일이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하"

그래도 그는 "나가라고 할 때까지 '나 혼자 산다'를 계속하고 싶다"면서 "저를 빼고 각 분야 최고 연예인들과 함께 하는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이시언은 올 초 이런저런 이유로 '악플 공세'에 시달렸다.

그는 "스스로 멘탈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당해보니 너무 힘들고 견디기가 싶지 않았다. 집에만 있게 되더라"라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제 욕을 하는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원래 내 성격은 굉장히 와일드하고 남성적"이라며 "지금은 말을 아끼게 된다"며 웃었다.

이시언은 오는 15일 처음 방송하는 TV조선 드라마 '간택'에도 출연한다. 그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잘 대응하는 게 제 연기의 장점인 것 같다"며 "로맨틱 코미디를 비롯해 내가 해보지 않은 모든 연기에 다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는 함께한 동료들의 응원이 컸어요. 저 역시 남들이 뭐라 하든 '나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려고 합니다. 저 자신을 믿지 않고 흔들리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사진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