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엔진 시험→미사일 탑재만 최소 수개월…다음 시나리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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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계열 엔진, 화성-14형 탑재까지 10개월 걸려
ICBM 엔진 시험 곧바로 발사로 이어지긴 힘들어
北 미사일 안 쏘더라도 핵무력 강국화 추진 전망
새로운 길 통해 핵물질 늘리고 미사일 질적 강화
당분간 ICBM 쏘지 않더라도 美 압박카드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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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지난 2016년 9월 평북도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실시된 정지위성 운반로켓용 대출력 엔진 지상분출시험. 2016.09.20. (사진=조선중앙TV 캡쳐)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성진 기자 = 북한이 지난 7일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관련된 엔진 시험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북한이 어떤 시나리오를 가지고 다음 계단을 밟을지 시선이 집중된다.

북한·군사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이 이번에 새로운 로켓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ICBM 등 장거리 로켓에 탑재하는 데까지 기술적으로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미 비핵화 협상이 비관적인 상황이지만 아직 '대화의 문'이 열려있고 북한의 '새로운 길'에 대한 향방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 발사까지 바로 연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북한이 당분간 ICBM을 통한 무력 도발을 하지 않더라도, 핵물질의 생산을 늘리거나 엔진시험·위성발사 등으로 핵무력과 자위력 강화를 추진하며 미국을 계속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백두산 엔진, ICBM 화성-14형 탑재에 10개월 걸려

앞서 북한 국방과학원은 지난 8일 대변인 명의의 발표를 통해 "2019년 12월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은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이번 시험의 성공적 결과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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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미사일 현장. 2017.11.30.(출처=조선중앙TV)  photo@newsis.com

국방과학원은 그러면서 "이번에 진행한 중대한 시험의 결과는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번 변화시키는 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시험을 진행했는지는 밝히지 않아 특정짓기는 어렵지만, 당일 미사일 발사체의 발사가 이뤄지지 않는 점 등을 미뤄봤을 때 지상에서의 로켓 엔진 연소 시험일 가능성이 높게 제기된다.

특히 북한·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보도에서 '전략적 지위'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을 고려했을 때, 전략 무기인 ICBM 고체연료 엔진 시험이나 위성발사체용 액체연료 엔진 성능을 개량하는 시험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 소장이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지난 7일과 8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위성사진을 보면 엔진 시험장 주변으로 가스가 분출돼 지형이 쓸려 있는 모습을 관측할 수 있어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한다.

다만 군사·미사일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 이번에 시험한 것으로 추정하는 새로운 엔진이 ICBM 등 발사체에 탑재되기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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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화성-15형 1단 엔진 모습.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사들인 것으로 알려진 RD-250 트윈(쌍둥이)엔진이거나 개량형일 가능성이 높다. RD-250을 기반으로 만든 백두산 엔진의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2017.11.30. (사진=노동신문 캡쳐)ksj87@newsis.com

지난 2017년 발사된 ICBM급 미사일인 화성-14형과 화성-15형에 탑재된 '백두산 엔진'이 북한 보도에 처음 등장한 시점은 지난 2016년 9월이었다.

북한은 6개월 뒤인 2017년 3월에야 백두산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면서 '3·18 혁명'을 선언했다. 이후 같은 해 5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급 화성-12형에 탑재하고, 7월 ICBM급인 화성-14형에 탑재를 성공했다.

처음 보도에 등장한 시점부터 따지더라도 ICBM 탑재까지 10개월이 소요된 셈이다. 개발 기간까지 합산하면 기간은 1년 이상을 훨씬 넘을 수밖에 없다.

이같은 개발 패턴을 봤을 때, 이번 동창리 ICBM 엔진이 성공했더라도 바로 발사체에 탑재되기까지는 마찬가지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북한이 고체연료 엔진을 시험했거나, 기존 백두산 엔진(액체연료) 2~4개를 클러스터링(결합)하는 시험을 했을 경우, 난이도가 높은 수준의 엔진이기 때문에 탑재까지 시간은 더 소요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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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017년 3월18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신형 고출력 지상분출 발사시험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2017.03.19.(사진=조선중앙 TV화면 캡처)photo@newsis.com

장영근 한국한공대 항공우주·기계학부 교수는 "고체 로켓의 경우, 직경이 2.5m는 넘어야 한다. 굉장히 어려운 길"이라며 "웬만한 선진국 아니면 고체 로켓 제작은 어렵다. 우리나라도 현무 미사일이 고체 추진제지만 이를 크게 만드는 것은 어렵다. 수개월이 걸릴 수밖에 없고 시행착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위성 발사를 위해 액체 로켓을 클러스터링하는 것이라면 이미 엔진 기술이 적립됐기 때문에 고체 로켓보다는 조금 더 빠를 수는 있다"면서도 "이것 역시 쉽지 않은 기술"이라고 말했다.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아직 북미 대화 판이 살아 있는 상황에서 즉각적인 추가 시험을 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예전 패턴을 보면 (로켓) 분출시험이나 추력시험 등을 하고 다음 프로세스(과정)까지 시간이 걸렸다"며 "기술적인 프로세스에서 정말 필요하다면 바로 이어서 하는데 보통 그렇게 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 홍 연구실장은 "강도 높은 실제 발사를 바로 하기는 더 힘들 것"이라며 "엔진 시험만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성 발언들이 다양하게 나오고, 북한 입장에서도 엔진시험만으로 충분히 메시지를 줬기 때문에 그 이상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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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7일 백악관에서 플로리다주로 향하기 위해 전용 헬기 마린 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비핵화 문제가 협상 테이블 위에서 치워졌다"는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의 발언에 대해 "북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발언의 중요성을 폄하했다. 2019.12.8

◇ICBM발사 안하고 핵무력 질적·양적 강화로 미국 압박

북한이 이번 ICBM 엔진 시험을 곧바로 ICBM 발사로 연결할 만한 기술적 '연결 고리'는 적어 보이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재가동 징후가 외교적 카드로써 충분히 역할은 한 것으로 보인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그동안 가동되지 않은 부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스로 내세우는 주요한 외교 성과 중 하나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시험에 대해 바로 반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적대적인 행동을 하면 정말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김 위원장은)싱가포르에서 나와 강력한 비핵화 협정에 서명했다"며 "그는 미국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무효로 만들고 싶지도, 11월 미국 대선에 개입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동창리를 '카드화'하는 것은 맞다고 본다"며 "다만 북한 매체에 노출을 안 하고 있다.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동창리 동향을) 뚜렷하게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톤을 낮추면서도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2가지 효과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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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힌 영변 외의 핵시설 지역이 분강 지구라는 보도에 대해 국방부가 5일 분강 지역은 영변 내에 있는 일부 지역을 부르는 지명이라고 밝혔다. (그래픽=안지혜·전진우 기자) hokma@newsis.com,618tue@newsis.com

이같은 분위기를 바탕으로 북한은 당분간 군사적 압박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한은 지난 2018년 4월20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며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해 공화국 북부(풍계리)핵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을 중지하고 ICBM을 발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핵무력 개발 자체를 멈춘다고 천명하지 않은 만큼, 새로운 전략이 수립되기 전까지는 ICBM을 발사하지 않으면서도 핵물질의 생산을 늘리거나 엔진시험·위성발사 등으로 핵무력의 질적·양적 개선을 추진하며 미국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IRBM이나 SLBM을 이용한 도발도 거론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가는 '새로운 길' 가운데 하나는 핵무력 강화 및 무장의 현대화라고 본다"며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건설 매진, 즉 자주와 자립에 더해 자위적 개념에서 필요한 게 핵무력 강군화"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굳이 발사체 발사 등으로 드러내지 않더라도, 북한은 동창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질적 향상, 영변 핵시설 재가동을 통한 핵물질(플루토늄)의 양적 증가를 통한 핵무력의 질적·양적 강화로 갈 것"이라며 "이렇게 할 경우, 자신들이 결정한 2018년 3차 전원회의 결정서를 어기지 않으면서 미국을 압박하고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같은 분석에는 북한 입장에서 미국이 비핵화를 제재 해제로 바꿀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배경이 뒷받침된다. 북한이 내년에 미국과 대화를 중지하고 '새로운 길'을 가더라도 '레드 라인'을 일정하게 넘지 않고 내년 미국 대선 판세를 지켜보며 도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이러한 가운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내정자가 이달 중순께 방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달 중순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전격소집한 상태다.

비건 대표는 그동안 방한했을 때마다 평양이나 판문점 등에서 북측과 접촉하며 북미 대화 실무를 이끌어왔다. 비건 대표가 '안갯속'인 비핵화 협상을 어떤 방식으로 갈무리하고 올해를 마무리할 것인지에 따라 향후 북한의 '새로운 길'이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ksj8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