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관계 살얼음판…비건-최선희 내주 회동 여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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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서 "중대한 시험 진행"
北, 연말 앞두고 시간끌기 비판하며 대미 압박↑
트럼프 "김정은, 적대 행동 시 모든 것 잃게 될 것"
美, 내년 대선 개입시 강력 대응 재차 경고한 듯
美 국가안보보좌관 "협상 계속…비건 곧 갈 것"
국립외교원장 "판 안깨졌지만 기회의 창 닫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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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7일 백악관에서 플로리다주로 향하기 위해 전용 헬기 마린 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비핵화 문제가 협상 테이블 위에서 치워졌다"는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의 발언에 대해 "북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발언의 중요성을 폄하했다. 2019.12.8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협상의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미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미국이 '로켓맨' '무력 불사' 등으로 대응하자 북한은 급기야 '중대한 시험'을 단행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적대적인 행동을 하면 정말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강(强) 대 강(强)' 대치가 심화되고 있다.

비핵화를 위한 북미간 실무 협상은 지난 10월 '스톨홀롬 노딜' 이후 교착 상태다. 현재로선 미국이 연말까지 체제 안전 보장과 대북 제재 완화 등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북한의 '새로운 길'은 불가피하다. 다만 미국 대북 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내정자의 방한에 무게가 실리며 비핵화 논의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北 "중대 시험" vs 美 "적대행동시 모든 것 잃을 것"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8일 오전 국방과학원 대변인 발표를 통해 "7일 오후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는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며 "시험 결과는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번 변화시키는 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해 위성 발사장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으로 인공위성 발사대와 엔진 시험장이 있어 미국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으로 여겨왔다. 중대 시험은 ICBM이나 위성 발사를 위한 우주발사체(SLV)에 필요한 고출력 신형 엔진시험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핵실험과 ICBM 시험 발사는 북미간 '레드라인'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폐쇄를 약속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제 움직임을 외교적 성과로 꼽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사실상 '레드라인'을 위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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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북한 동창리 서해발사장과 인근 건물에서 차량과 장비 등의 움직임이 민간위성에 의해 포착됐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11월 30일 보도했다. 사진은 동창리 서해 발사장의 발사대 뒤쪽 그림자 안에 5~6개의 새로운 물체가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위성사진으로, 차량과 장비인 것으로 VOA는 추정했다. <사진출처:VOA> 2019.12.01

이로 인해 북한이 ICBM까지는 아니지만 위성 발사 등을 통해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리태성 미국담당 부상은 지난 3일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라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이달 하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도 소집한 상태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북한이 김 위원장이 참관하지 않았고 내용도 밝히지 않은 점에서 연말 시한인 북미 대화는 지키려는 것일 수 있고, 아직은 미국의 새로운 셈법을 기대하며 수위 조절을 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며 "신년사를 앞두고 계획표 대로 진행하는데 자신들이 판을 엎었다는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수위를 조절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접고 핵군축 협상을 제안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북한이 크리스마스 때 사거리가 더 나가는 ICBM 또는 ICBM 여러 대를 한꺼번에 고출력 엔진으로, 고체 연료를 써서 발사하는 장면을 보여줄 것"이라며 "미국, 러시아, 중국, 북한 네 나라만 동북아 지역에서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군축 협상을 하자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연일 맞대응에 나섰다. 그는 지난 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은 너무 똑똑하고 너무 많은 것을 갖고 있다"며 "그가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무효로 만들고 싶지도, (내년) 11월 미 대선에 개입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백악관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놀랄 것"이라며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그는 내가 내년에 선거를 치른다는 걸 알고 있으며 선거에 개입하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행보가 재선 가도에 영향을 미칠 경우 강력 대응하겠다는 것을 재차 경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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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통일부에서 김연철 통일부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2019.08.21.  photo@newsis.com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연말 시한에 가까워지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시도하려다보니 결국 도발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인공위성이든 고체 연료든 행동을 취하려는 상황"이라며 "미국 역시 북한의 비핵화가 더딘 상황에서 제재를 해제할 명분을 만들지 못하며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진단했다.

 ◇美 국가안보보좌관 "협상 계속…비건 곧 그 지역으로 갈 것"

비핵화를 위한 북미간 협상은 지난 10월 스웨덴 스톨홀롬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나며 사실상 중단 상태다. 다만 북미 모두 '전쟁 위기설'이 불거졌던 2017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비건 국무무 부장관 내정자가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인준을 마친 후 이달 중순 방한해 북미 협상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8일(현지시간) CBS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북한이 거론한 연말 시한 마감 전 정상회담을 비롯한 북미 접촉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협상을 계속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협상을 계속하고 있고,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곧 그 지역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이 성사된다면 다음 주가 유력하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전체회의는 오늘 11일이다. 인준안이 외교위를 통과하면 상원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인준 절차가 마무리된다. 올해 회기 마지막 날은 오는 13일으로 비건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이 통과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은 오는 25일부터 새해 첫 날까지 사실상 휴가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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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AP/뉴시스】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9일 담화를 통해 "9월 하순께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미국에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들고나올 것을 요구했다. 사진은 최선희 부상이 2016년 6월 23일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 밖에서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는 모습. 2019.09.10.

특히 비건 부장관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판문점 회동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앞서 비건 지명자는 지난 달 20일(현지시간)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국무부 부장관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에서 나와 협상을 해야 할 인물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라며 "창은 여전히 열려 있다. 북한은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신범철 센터장은 "2017년은 북미간 말싸움이 행동까지 이어졌지만 올해는 예방 조치로 북미간 타협이 이뤄질지 지켜봐야 한다. 비건 부장관이 와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1부상을 만나고 상황 관리에 들어가면 안정될 것"이라며 "다만 비건 부장관이 배드딜을 하면 오히려 미국 내에서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역할은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 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말은 무력 공격을 하겠다고 얘기하고, 김정은 위원장도 판이 다 깨졌다라고 이야기하지만 두 지도자가 사실상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 부분에서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판은 완전히 깨지지는 않았는데 기회의 창이 조금씩 닫혀간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g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