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세금으로 ‘편법 보좌관’ 쓴 광주광역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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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급보좌관 금지 자치법 우회…공무원 14명 뽑아 의원실에
의회사무처 “복귀 요청” 공지…행안부 “위법성 여부 검토”

광주시의회가 상임위원회 활동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공무원을 선발한 뒤 이들을 각 의원실에 배치해 개인 보좌관으로 활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의원들은 법률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서 급여를 받는 ‘유급보좌관’을 둘 수 없는데도 불법적으로 이를 운영해온 것이다.

광주시의회사무처는 소속 의원들에게 “각 의원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임기제공무원들이 원래 소속된 상임위원회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공지를 했다고 9일 밝혔다. 의회사무처가 공무원들의 상임위 복귀를 요청한 것은 그동안 이들이 의원들의 개인 보좌관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광주시의회는 지난해 11월 시의회 5개 상임위와 입법행정 지원분야에서 일할 임기제공무원 14명을 채용했다. 이들은 각 상임위에 소속돼 조례안을 검토하고 심사보고서 작성, 입법지원 등의 업무를 맡는다. 주 35시간을 근무하는 이들의 연봉은 3200만원 정도다. 계약기간은 1년이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뽑힌 공무원들은 의회 상임위에서 근무하지 않고 의원 개인 사무실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봐왔다. 소속된 상임위로 출근하지 않고 의원실로 출근하는가 하면, 의원 개인 의정 활동을 지원하는 등 사실상 ‘유급보좌관’ 활동을 한 것이다.

이들이 채용 과정에서부터 보좌관으로 활동하게 될 의원들의 추천을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광주시의회 한 관계자는 “임기제공무원 채용은 사전에 의원들의 추천을 받아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 공개채용 형태였지만 의원들이 보좌관으로 쓸 사람을 공무원으로 채용만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시의원들은 지자체가 급여를 지급하는 공무원 14명으로는 23명의 의원 모두에게 유급보좌관을 배치할 수 없게 되자 형평성을 위해 개인적으로 보좌관을 채용하는 의원들에게 급여를 지원해왔다. 매달 80만원씩을 갹출해 개인 보좌관 7명의 급여를 줬다.

조례에 따라 보좌관을 지원받는 장애인 의원 1명과 보좌관을 따로 뽑지 않은 의원 1명을 감안하면 사실상 모든 시의원이 개인 보좌관을 두고 있는 셈이 된다.

광주시의회의 이 같은 보좌관 운영은 법률 위반이다. 지방자치법에는 지자체가 급여를 지원하는 유급보좌관 채용에 대한 규정이 없다. 대법원은 2017년 “지방자치법에 유급보좌관 채용의 근거가 없는 만큼 지방의회는 유급보좌관을 채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서울시의회 등 전국 12개 광역의회에서 임기제공무원으로 의정활동 지원 인력을 선발해 운영하고 있지만 광주시의회처럼 의원 개인 보좌관으로 활용한 사례는 없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의회의 의견을 반영해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전문인력을 둘 수 있도록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이 역시 의원 개인 보좌관으로는 활용할 수 없다.

행안부 관계자는 “광주시의회의 임기제공무원 운영 방식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위법성 여부를 판단한 뒤 시정명령이나 직권취소 등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광주시의회는 “상임위 사무실에 책상까지 마련해 뒀지만 일부 공무원들이 의원과의 관계 때문에 의원실에서 대부분 업무를 봐왔다”면서 “채용 목적대로 각 상임위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