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과 패스트트랙] 여야 3당 “예산안·민생법안 10일 처리”
by 박용하·박순봉 기자 yong14h@kyunghyang.com합의 반나절도 안돼 한국당 의총서 ‘필리버스터 철회 보류’ 결정
‘패트’ 법안 정기국회 처리 난망…11일 임시국회서 재협상 나설 듯
여야가 10일 본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로 9일 잠정 합의했다. 자유한국당이 민생법안 199건에 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열흘 만에 협상 재개의 물꼬가 트인 것이다. 다만 한국당은 합의 직후 필리버스터 철회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한국당 입장이 반영된 예산안이 처리돼야 필리버스터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조건부 철회’ 방침을 밝힌 것이다.
여야가 국회 정상화 수순에 돌입했지만 향후 예산안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 처리를 놓고 가파른 대치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자유한국당 심재철·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회동에서 10일 예산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하는 내용의 국회 정상화 방안에 합의했다. 이를 위해 한국당은 지난달 29일 민생법안 199건에 걸었던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겠다고 밝혔고,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 검찰개혁 법안을 정기국회 안에 상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여야 3당은 “예산안 심사에 당장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간사가 참여하고, 합의된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비쟁점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여야 3당 합의 이후 반나절도 안돼 ‘필리버스터 철회’를 보류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의원총회에서 여야 합의안을 추인받으려 했지만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예산안 합의가 잘 안될 경우에는 그때 (철회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예산안 합의 처리는 나머지 약속 이행의 전제조건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약속대로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고 비쟁점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당이 협상 재개 첫날부터 여야 합의 내용을 번복하면서 여당은 법안 처리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여야 3당이 예산안 합의에 실패할 경우, 한국당을 뺀 여야 ‘4+1 협의체’가 당초 계획대로 패스트트랙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안을 예산안에 이어 상정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당은 이날 나경원 원내대표 후임에 심재철 의원(61·5선)을, 정책위의장엔 김재원 의원(55·3선)을 선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