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거 꽂고도 신났다, 유치원 같은 병실
by 글·사진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광주시, 지난달부터 ‘입원아동 돌봄서비스’ 확대
어린아이 셋이 입원해 있는 병실은 마치 ‘유치원’ 같았다. 아이들은 책상에 앉아 나무블록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곁에는 아이들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번에는 다른 놀이를 해볼까?” 공놀이가 시작됐다. 신이 난 아이들은 손등에 링거를 꽂고 있다는 것도 잊고 팔짝 뛰었다.
지난 5일 신서율(6)·덕진(5)·수호(3)군 삼형제가 독감과 폐렴 등으로 입원해 있는 광주 광산구 한 아동병원 병실 풍경은 낯설었다. 병실은 아픈 사람이 모인 병원이라기보다는 즐거운 유치원 같았다.
아이들 곁에는 엄마 대신 ‘병원아동보호사’ 3명이 있었다. 이들은 40시간의 아동간병 전문교육을 이수한 전문가다. 보호사들은 아이들이 싫증을 내면 가방에서 책이나 다른 장난감 등을 꺼내 함께 놀아줬다. 병실이 답답해 보채는 아이도 능숙하게 안아 달래거나, 휠체어에 태워 산책을 시켜주기도 했다. 문영숙 보호사는 “아픈 아이들이 더 힘들 텐데 잘 놀아준다. 우리도 육아 경험이 있어 내 아이라는 생각으로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가 지난달 7일부터 시행한 ‘입원아동 돌봄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아동간병 교육받은 전문가
함께 놀아주고 책 읽어주며
보채는 아이 능숙하게 달래
이 서비스는 12세 이하 어린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보호자가 요청하면 보호사를 파견해 대신 돌봐준다. 전문교육을 받은 보호사들은 아이들을 간병하고 투약을 돕는다. 정서적 안정을 위해 함께 놀아주거나 책 등을 읽어주는 활동도 한다.
바쁜 엄마들 신청 점차 늘어
“다른 지자체서도 도입 문의”
돌봄서비스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하루 4시간 이상부터 신청이 가능하며 서비스 요금은 소득에 따라 시간당 1300원부터 6500원까지 부담한다. 이 서비스는 아이가 입원했을 때 돌볼 사람이 마땅치 않은 가정에서 큰 관심을 보인다. 광주 광산구가 먼저 시행했는데 지난해 이용자 202명 중 195명(97%)이 서비스에 만족할 정도로 호응을 얻자 시가 이번에 광주 전역으로 확대했다.
입원한 삼형제의 엄마 남주영씨(41)는 “열 살이 안된 5형제를 키우고 있는데 한 아이가 입원하면 집안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고 다른 아이들 챙기기도 어려웠다”며 “돌봄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서 집안일을 하고 다른 아이들도 챙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1월에만 31명이 남씨처럼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김종균 광주시 저출산아동담당 주무관은 “광주 전 지역으로 서비스가 확대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서울과 전주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서비스 운영 관련 문의가 많다. 정부 차원에서 시행할 만한 사업”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