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협상] 북 “트럼프, 잘망스러운 늙은이”…연말 시한 앞두고 ‘벼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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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연이틀 경고 트윗…‘내년 대선 개입 말라’ 강조에
북 리수용 “더 큰 재앙적 후과 보기 싫거든 숙고” 경고
비건 ,이달 방한 추진…북에 ‘트럼프 친서’ 가능성 주목

북한이 설정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면서 북·미관계가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적대적으로 행동하면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고 하자, 그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자제해온 북한이 “잘망스러운 늙은이” 등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 되받아쳤다. 북·미 간 비난 수위가 높아지면서 비핵화 협상의 유일한 동력으로 남아 있던 북·미 정상 간 신뢰마저 흔들릴 조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에 대해 “너무 영리하다”며 “그가 적대적으로 행동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다. 사실상 모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북한이 지난 7일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로켓 엔진 점화 시험으로 인공위성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입버릇처럼 언급해온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라는 발언도 하지 않았다. 그는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에서 나와 강력한 비핵화 합의에 서명했다”면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전 세계가 이 사안에 같은 의견”이라고도 했다. 북한이 우방인 중국, 러시아에 기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접으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CBS에서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북한이 실제 그렇게 한다면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북한은 9일 군부 출신의 초강경파인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을 앞세워 인신공격성 표현을 담은 강경 기조의 담화를 내놨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식 허세와 위세가 우리 사람들에게는 좀 비정상적이고 비이성적”이라며 “트럼프의 이상한 목소리를 듣고 우리가 앞으로 할 일에 대해 고려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걱정 또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와 상관없이 연말 시한이 지나면 김 위원장이 예고한 대로 ‘새로운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리수용 당 부위원장도 담화를 내고 “트럼프는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매우 궁금해하는 것 같다. 그리고 어떤 행동을 할지 매우 불안 초조해하고 있다”면서 “더 큰 재앙적 후과를 보기 싫거든 숙고하는 것이 좋다”고 경고했다.

지난 5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 때까지만도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날 담화에선 ‘트럼프’라고 칭했다. 김 위원장은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간다면 나는 트럼프에 대한 우리 국무위원장의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국무위원장은 미국 대통령을 향해 아직까지 그 어떤 자극적 표현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리 부위원장도 “얼마 안 있어 연말에 내리게 될 우리의 최종 판단과 결심은 국무위원장이 하게 되며 국무위원장은 아직까지 그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에 있다”며 “또한 누구처럼 상대방을 향해 야유적이며 자극적인 표현도 쓰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아직까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진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압박한 것이자, 김 위원장이 밝혔던 ‘새로운 길’로 가기 위한 명분쌓기로도 해석된다. 미국이 대북 제재 완화 등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위성 발사를 주장하며 장거리 로켓 발사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ICBM 발사를 재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달 중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이 추진되고 있어 주목된다. 비건 대표가 북측에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는 등 사태 악화를 제어하기 위한 노력을 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