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미 해군기지, 사우디 장교 총기난사는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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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혐오 글 등 근거 잠정결론
트럼프, 테러 가능성에 침묵
‘사우디 왕실 또 감싸기’ 비판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의 펜서콜라 해군 항공 기지에서 지난 6일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을 테러행위로 잠정 결론 지었다. 관련 증거가 드러나고 있음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테러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제유가 조정자이자 미국산 무기 구매의 큰손이라는 점을 의식해 관련 발언을 삼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FBI 레이철 로하스 특별수사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대부분의 총기난사범 수사에서 그렇듯이 이번 사건이 테러행위였다는 추정에 따라 조사하고 있다. 이번 공격을 자행한 총격범은 한 명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사우디 공군 소위인 훈련생 무함마드 알샴라니(21)가 지난 6일 총기를 난사, 알샴라니를 포함한 4명이 목숨을 잃고 교전을 벌인 경찰관 등 10명이 부상했다. 알샴라니는 플로리다에서 합법적으로 구매한 9㎜ 구경의 글록 모델 45 권총을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FBI는 범행 몇 분 전 알샴라니 소유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에 미국의 친이스라엘·무슬림 적대 정책을 비난하고 “미군은 우리 땅에서 물러나라”고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고 밝혔다. 알샴라니는 총격 사건 전날 저녁식사 파티에서 다른 총기난사 사건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알샴라니의 사우디 출신 군사학교 동기들이 사건 현장을 촬영한 것도 이번 사건을 의도된 테러행위로 보게 만드는 근거다. 알샴라니의 군사학교 동기들은 범죄 가담 여부를 조사받기 위해 구금됐다. 로하스 수사관은 “우리의 주요 목표는 그가 혼자 행동했는지 아니면 더 큰 네트워크의 일원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국은 알샴라니가 범행 며칠 전 뉴욕을 방문해 록펠러센터 등을 찾아간 목적 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우디 당국은 알샴라니가 지난해 말 고국을 방문했을 당시 사상적으로 급진화된 것인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사우디 관리들은 알샴라니가 올해 2월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사우디에서 누구를 만났고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살만 사우디 국왕은 사건 발생 직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범인은 사우디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왕실도 큰 충격에 빠졌다’고 했을 뿐 테러 연관성 여부에 대해서 발언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때도 사우디 왕실을 감쌌다. 사우디가 국제유가 조정자이자 무기 구매의 큰손인 점을 고려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영국 BBC는 국가 외교정책도 비즈니스처럼 경제적 이해득실 관계로 접근하는 트럼프 정부 행태가 되풀이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