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_TOO] 한샘 성폭력 가해자의 궤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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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서 폭행·협박 혐의 인정 법정구속됐는데
항소심서 “피해자가 그런 사실 없다며 증언”

‘한샘 사내 성폭력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가해자가 항소심에서 성폭행을 인정하면서도 폭행·협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성폭행 과정에서 구타 같은 형태의 물리적·직접적 폭행은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피해자 측은 “최협의설(강간죄 구성요건인 폭행·협박을 최대한 좁게 해석하는 것) 기준으로도 폭행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지난 3일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박형준 부장판사) 심리로 박모씨(32)에 대한 결심공판이 진행됐다. 가구업체 한샘의 교육담당 직원이던 박씨는 2017년 1월14일 신입 여직원 ㄱ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 9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1심에서 ㄱ씨와 합의로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한 박씨 측은 이날 성폭행 혐의를 인정했다. 박씨는 최후진술에서 “저에게 마지막 한 번의 기회를 주신다면 인생을 반성하면서 상처받은 피해자분에게 사죄하는 삶을 살겠다”고 했다. 박씨 변호인은 “피해자가 증언하듯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실이 없는 점을 양형에 참작해달라”고 했다. 검찰은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고려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구형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1심 판결문을 보면, 피해자는 1심에서 3차례 증인신문을 하며 박씨가 장시간에 걸쳐 자신의 반항을 억압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는 “저는 계속 싫다고 했고, 몸으로 싸웠고, 옷 달라고 소리 질렀고, 피고인이 옷도 다 숨겼고, 못 나가게 했고, (저를 침대로) 집어던졌다”고 법정에서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권희 부장판사)도 “피해자는 피고인이 피해자 옷을 벗기고 그 옷을 숨긴 상태에서 첫 번째 강간 범행을 한 이후 두번째 강간 범행까지도 계속해서 반항이 억압된 상태로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피해자가 직접 경험하지도 않은 사실을 이같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박씨 진술에서 폭행·협박 여부를 추단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이런 데서 어떻게 같이 있어요”라고 얘기하자 박씨가 “괜찮다. 맥주도 한 잔 하자”며 모텔에 들어간 사실, 옷을 벗기는 과정에서 “피해자와 실랑이가 있었다”고 진술한 사실 등을 예로 들었다.

피해자 변호를 맡은 김상균 변호사는 “공소사실을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을 짓누르거나 피해자를 침대로 던졌다는 부분이 있다”며 “최협의설 기준으로도 폭행”이라고 했다. 그는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현재까지 10여차례에 걸쳐 폭행·협박이 있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해왔다. (가해자는 왜) 피해자가 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했다고 했는지 유감”이라고 말했다. 선고는 오는 19일 오전 9시50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