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달빛조각사, 원작의 마지막 권까지 모두 담고 싶다"
by 박태학,이동연 기자지난 3일, 송재경표 모바일 MMORPG '달빛조각사'에 대규모 업데이트가 적용됐다. '브랜트 왕국'란 이름의 본 업데이트는 500개 이상의 퀘스트, 9개의 신규 지역이라는 풍성한 볼륨을 자랑한다. 거래소 및 자동 전투 시스템도 개편했다. 출시 후 2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 일반적인 MMORPG의 업데이트와 비교한다면, 예상보다 빠른 주기다. 최근 공룡급 게임사들의 대형 MMORPG가 연달아 출시된 가운데, 달빛조각사가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다질 수 있을까. 김민수 PD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달빛조각사 오픈 2개월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동안 여러 이슈로 정신이 없었을 것 같은데, 현재는 어떤가.
여전히 정신없다. 오픈 직후와 달라진 점이라면 어뷰징이 많이 줄어든 부분 인 것 같다. 덕분에 개발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오픈 초창기 버그에 대한 이슈는 모든 게임이 다 겪지만, 달빛조각사는 유독 심했다. 일부는 CBT를 진행하지 않아 버그 이슈가 심했던걸로 보는데, 개발사에서 보는 원인은 무엇인가?
공감한다. 하지만 CBT를 했다고 해서 지금의 문제들이 없었을까?라는 의문이 여전히 든다. 사실 달빛조각사는 캐주얼한 비주얼과 달리 내부 연산량이 굉장히 많은 게임이다. 특히, 전투시 계산되는 수치들의 종류가 과하게 많다 보니 모바일 환경에서 부하가 심하기도 하고, CPU 사용량도 무척 많다.
또, 플레이 흐름도 선형적이지 않고 넓은 면에 펼쳐진 형태다 보니 각양각색의 문제가 다방면에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MMORPG를 처음 제작한건 아니지만 퍼블리셔와 합작해 모바일 MMORPG를 제작하고 오픈한 경험은 처음이고 서버의 관리 방식도 정책적인 프로세스 요소가 많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 파악이나 스토어 검수 과정 등, 이슈에 대한 대처가 쉽지 않았다.
출시 후 지금까지 유저들의 피드백을 수없이 받았을텐데, 특히 인상깊었던 게 있다면 무엇인가.
●▅▇█▇▆▅▄▇ 이 피드백이 가장 인상깊었다.
지금 거래소가 입찰 시스템으로 개편됐다. 예전보다 불편한 점이 많은데 이렇게 개편한 이유에 대해서 알고 싶다.
타겟 거래 방지가 주 목적이나 타겟 거래 자체가 문제라기보단 이를 악용하는 어뷰징 사례가 문제가 되기 때문에 입찰 시스템으로 개편을 진행하게 됐다. 가상의 공간을 둔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간의 질서가 매우 중요한데, 이런 타겟 거래 악용을 포함한 어뷰징은 매출 감소 이전에 게임 자체를 서서히 망가뜨리기 때문에 계속 경계하고 조치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맛집 앞에서 사람들이 몇 시간 동안 줄을 서고 있을 때 누군가가 새치기를 한다면 몇 번은 그 질서가 유지되는데, 이게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그 질서는 결국 무너지게 되고 그 맛집엔 발길이 끊기게 된다. 그렇지만, 소수의 어뷰징을 막기 위해 대다수의 일반 플레이어가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배려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미흡했던 것 같아 많은 이용자분들께 죄송한 마음이다.
어뷰징 대응은 개발사에게 전적으로 불리한 게임이다. 완전히 근절할 수 있는 방법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방어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전설 2티어의 속성 무기가 전설 3 티어의 무기보다 효율이 월등히 좋은 상태다. 따라서 전설 3티어 무기를 획득하더라도 속성 무기를 사용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달빛조각사의 장비들은 미디어 간담회에서 언급했듯이 상황에 따라선 최고 등급의 장비보다 낮은 등급의 장비가 효과가 더 좋을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단 현재 몬스터들의 약점 속성은 수정 중이다.
최고 등급의 장비가 정답이자 곧 최종 정착지가 되는걸 지양하고 싶다. 모든 장비들이 당장은 보잘 것 없이 느껴지더라도 추 후에 다 나름의 쓰임새가 있게 개발했다. 예를 들어, 조각칼은 조각상 제작을 하지 않는 플레이어에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지만 조각상을 열심히 제작하는 사람에겐 더없이 요긴한 물건이다.
히든 퀘스트도 랩업만 하는 이용자에겐 필요 없는 콘텐츠이지만 또 누군가에겐 렙업보다 재미있는 경험인것처럼 누군가에겐 전혀 쓸모없는 콘텐츠라도 다른 이에겐 훨씬 가치가 높을 수 있는 다양한 면을 가진 콘텐츠들을 만들고 싶다.
최고, 궁극, 절대적인 아이템 하나만을 바라보고 달리게 하는것과는 다른 길을 지향하고 있다.
스탯 포인트 투자로 얻는 능력치 효율이 낮다는 이야기가 많다. 실제로 스탯 투자보다는 레벨 차이에 의한 대미지 보정이 안정적인 사냥에 도움이 되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캐릭터의 능력치는 1차 베이스 수치이긴 하나 직접적인 전투, 성장의 체감보다 장비 착용 제한이나 스킬 효율 쪽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 기조는 앞으로도 유지할 생각이다.
레벨 차이에 의한 데미지 보정은 이후 밸런스 패치 때 수정할 예정이며, ‘레벨차이 vs 아이템 차이’에서 현재는 레벨 차이의 비중이 좀 더 높은 편인 것 같다.
처음 이 게임을 광고할 때, 요리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고 한 것이 기억난다. 초반에는 그게 가능했지만, 재료의 가격이 변경되면서 이제 요리를 하면 할수록 손해만 보게 된다. 이제 영영 요리로 돈을 벌 수 없게 된 것인지?
요리는 달빛조각사의 주요 컨텐츠 중 하나였다. 현재 요리가 제 몫을 못 하고 있는건 공급과 수요 밸런스가 맞지 않고, 유저의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공격력으로 획일화된 전투 밸런스에서 요리를 통해 버프를 올려야 할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거래소가 재기능을 못한 점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요리 자체를 개선하기보다 원천적인 문제를 바로잡으로고 노력중이다. 참고로 요리와 생선 아이콘을 전부 직접 다 그렸기 때문에 낚시, 요리, 하우징 컨텐츠는 절대로 포기할 생각이 없다.
달빛조각사를 다양하고 재밌게 즐기려면 핵심 생활 컨텐츠인 제작, 요리, 낚시, 채집이 유저들에게 필드사냥이나 던전만큼 해볼만한 선택지로 다가와야한다. 그런데 현재까지는 생활컨텐츠가 사냥에 비해 많이 밀리는 추세이고 생활컨텐츠 사이에서도 인기종목이 나뉘는데 이에 대한 앞으로의 새로운 시스템 계획이나 생활 콘텐츠 간 밸런스 고려를 하고 있는지?
모든 유저가 모든 컨텐츠를 빠짐없이 경험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생활 컨텐츠를 강제하고 싶진 않다. 전투와 성장에만 흥미를 느끼는 사람에게 생활 컨텐츠를 강제한다면 과연 그 사람에게 즐거운 경험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장 인기 생활 컨텐츠인 조각상 조차도 전투와 생활의 경계에 위치해 있지만 관심 없는 사람은 여전히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컨텐츠가 두루두루 잘 활용되면 좋겠지만 이건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인형 아이템이 누군가에겐 팔아버릴 잡동사니겠지만 어느 누군가는 오히려 그걸 모아보려고 열심히 파밍을 한다. 이처럼 활용도가 낮은 컨텐츠로 인해 주요 컨텐츠가 빛을 내기도 하고 동기부여가 되어주기도 한다고 본다.
조각사는 유일하게 무직으로만 전직이 가능한 직업이다. 현재 다음 직업이 나올 것을 대비해서 무직으로 계속 레벨업을 하는 유저들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런 유저들의 고생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다음 직업에 대한 힌트도 살짝 알려줬으면 좋겠다.
그런 분들을 몇 분 봤는데 진심으로 그 분들에게 존경과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당장은 무리겠지만 기나긴 여정 중 어딘가에서... 언젠가는 무직이어야만 가능한 무언가를 꼭 만들어주고 싶다.
히든 클래스 뿐 아니라 히든 퀘스트 및 업적도 달빛조각사에서만 볼 수 있는 클래식한 매력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요소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나.
당장은 히든 클래스를 고려하고 있진 않다. 무직에 대한 답변처럼 58권까지의 기나긴 여정 어딘가에 정말 꽁꽁 숨겨둔 히든 클래스를 만들고는 싶다. 하지만 당장은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고, 신규클래스를 먼저 준비중이다.
2.0 업데이트로 브랜트 왕국이 적용됐다. 서비스 이래 가장 큰 규모인데,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은 무엇인가?
속성과 방어구다.
원작 IP를 떠올릴만한 요소가 다소 적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제기되어왔는데, 이번 업데이트에서 그런 부분을 채워주는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원작의 주요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주요 소재를 살리는 것이 목표지 원작 스토리를 그대로 재현하는게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원작과 상관없는 오리지날 퀘스트들의 양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 같다. 원작을 따라가는 메인 퀘스트 주변으로 성장을 도울 주변 퀘스트들을 배치하고 있으며 원작의 중요한 이벤트들은 최대한 묘사하려고 한다.
▲ 이번 업데이트에선 각기 다른 테마의 새로운 지역을 모험할 수 있다.
업데이트 콘텐츠 대부분이 코어 유저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규 유저나 초보 유저들을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 및 이벤트가 있다면 간단하게 설명 부탁한다.
신규/복귀 유저를 위한 준비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고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업데이트 준비가 늦어졌고 Book 2.0을 준비하는 동안 신규/복귀 유저가 머무를 Book 1.0의 관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 같다. 앞으론 이런 부분까지 좀 더 세심하게 신경 쓰도록 하겠다.
최근 대형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모바일 MMORPG의 PC 버전을 별도로 내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달빛조각사는 어떤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론 프로젝트 초창기부터 멀티 플랫폼화를 하고 싶었으나 여러 여건상 무산됐다. 하지만, 아직은 안정화에 좀 더 주력하고 싶기 때문에 지금은 적절한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요즘 엔진들이 멀티 플랫폼 빌드를 지원하기 때문에 단순히pc용 클라이언트를 새로 제작하는 것 자체는 간단해졌지만, 기술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스토어와의 입점 관계나 플랫폼 관리 이슈가 또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달빛조각사 이후 이른바 모바일 MMORPG 빅3로 불리는 나머지 두 작품도 시장에 출시됐다. 두 작품 모두 달빛조각사와 지향점이 다르기에 엑셀게임즈 입장에선 아직 보여줄 게 많다고 생각되는데, 향후 개발 비전을 유저들에게 소개한다면.
요약하자면 원작의 마지막 권까지 다 담고 마무리 하고 은퇴하는게 꿈이다.
원래 잡으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쉽게 놓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MMORPG로서 해볼 수 있는건 원없이 전부 다 담아보고 싶다.
아무래도 AD 출신이다보니 일단은 코스튬이나 헤어스타일, 미용실, 버디 같은 다양한 비주얼 요소들을 잔뜩 추가하고 싶고, 짧게는 BOOK 2.x에 전직, 신규 클래스, 전용 보관함, 파티용 인던, 길드상점 등등을 계획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길드 하우스나 단체 pvp, 탈 것 같은 것들을 구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