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애인이 실감할 수 있는 ‘정보 복지’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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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오늘날과 같은 정보와 지식의 홍수 시대에 적용해보면,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 하더라도 사용자의 접근과 이용이 편리하지 않다면 쓸모가 없다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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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우리 삶의 전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우리가 누리는 정보의 양과 질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

하지만 이러한 디지털 혁명의 혜택을 모든 사람이 골고루 누리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모든 정보 전달과 공유의 플랫폼이 비장애인들 위주로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자립적이고 주체적으로 활동하고 참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정보와 지식에 대한 접근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기술적 진보에 발 빠르게 따라갈 수 없는 장애인들은 상대적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열악한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장애의 유형을 고려한 정보 접근 방법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정보 격차는 더욱더 가속화할 것이다.

먼저 시각장애인들은 소리와 손가락의 감각으로 정보에 접근한다. 그들은 정보 습득의 속도 면에서 비장애인에 비해 느릴 수밖에 없으며, 점자책 등 시각장애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대체 자료를 만드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하다.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제작하는 시각장애인용 대체 자료는 국내에서 연간 간행되는 일반 출판물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심지어 오디오북으로 출판되는 전자책(e-Book)조차도 장애인 접근성 요건을 반영해서 다시 제작하는 비율은 1% 남짓이다. 제작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청각장애인은 눈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기에, 수어 설명이 덧붙여지고 화면 해설을 자막으로 처리한 영상 자료가 필요하다. 비장애인에게 익숙하고 쉬운 문장도 청각장애인에게는 외국어처럼 낯설고 복잡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최근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발달장애의 경우, 장애의 정도와 문장 이해력에 따라 생애주기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보급과 전달 방식의 연구가 필요하다.

이처럼 장애의 유형이 다양하고 정보 접근 방식 또한 통일될 수 없기에 장애인을 위한 정보 제공 방법을 표준화하기 힘들다.

장애 유형별로 정보 접근 방법과 수요가 다르기 때문에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비장애인과의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장애 유형별 특성과 취약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장애인들에게 필요하고 그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는 일과 대체 자료로 변환하는 작업에 더 많은 인적·물적 자원을 늘리는 것 등 산적한 문제들이 많다.

이번 국회에서 장애인 정보 격차 문제를 전면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국립중앙도서관 산하 2차 소속 기관으로 있던 국립장애인도서관을 문체부 직속으로 승격시키는 개정 법안(도서관법 제45조)이 통과되었다. 이제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정부 차원의 장애 유형별, 생애주기별, 지역별 특성을 기반으로 한 장애인 정보 접근권 정책을 실행하고 대체 자료 제작 표준 개발, 정보 이해력 증진을 위한 독해력 진단 훈련 프로그램 육성 등 더욱 전문적이고 능동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입법부와 행정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민간의 협력이 더해지고 장애인의 정보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진다면, 장애인들이 삶과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정보 복지’가 그리 멀지만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