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탈산소화’로 아시아 데드존 급증…한국 서남해안도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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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보존 연맹 보고서
1960년대 45곳이던 저산소지대, 부영양화 등으로 현재는 700곳
수온 오르면 용존산소 줄어들어…참치·청새치 등 식량 자원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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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연안에는 500곳 이상의 저산소지대가 있으며 외해의 저산소지대는 수백만㎦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기후변화로 전 세계 해양에서 빠르게 산소함유량이 줄어서 ‘데드존(죽음의 해역)’으로 불리는 저산소지대가 급속히 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한반도 남해안에 빈발하는 적조 현상이 산소 결핍을 심화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지난 7일(현지시간) 세계 해양의 탈산소 현상에 대한 연구결과를 담은 ‘해양 탈산소화: 모두의 문제’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1960~2010년 전 세계 바다의 산소가 1~2%가량 감소했으며, 이에 1960년대 45곳이던 해양 저산소지대가 현재 약 700곳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줄어든 산소량은 770억~1450억t이다. 산소량이 감소한 주된 원인은 오염물질의 유입으로 인한 부영양화와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 등이다.

수온이 오르면 물에 녹을 수 있는 산소, 즉 용존산소량이 줄어든다. ℓ당 산소 농도가 3~4㎎ 미만이 되면 물고기들이 다른 수역으로 이동한다. 산소 농도가 2㎎ 아래로 내려가면 물고기, 1.5㎎ 미만이면 새우나 게 등도 살 수 없는 데드존이 된다.

저산소지대는 주로 대도시 연안에 집중돼 있다. 연안지역의 저산소지대는 약 500곳이다. 미국 동해안, 유럽 북해, 일본 등에 저산소지대가 집중돼 있다. 특히 보고서의 ‘해양 탈산소화와 유해 적조’라는 장에서 아시아를 세계의 다른 어느 지역보다 더 적조가 빈발하는 곳으로 꼽고, 한국을 한 사례로 소개했다.

한국의 연안에서 산업화, 도시화, 밀집된 양식업으로 인한 부영양화가 적조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는 한국 연안지역, 특히 남해안의 심각한 탈산소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세계 해양의 저산소지대 현황을 보면 한반도 남해안과 서해안 일부, 평양 인근 등지에 저산소지대가 밀집돼 있다.

보고서는 남해안 적조가 경남 진해만과 가막만의 양식업, 특히 굴 양식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다고 지적했다. 부영양화로 인한 남해안 적조는 거의 연례행사가 됐다. 올해만 양식어류 220만마리가 폐사한것으로 추산된다.

세계적으로 부영양화 현상이 심화되고, 전 세계 연안의 산소 농도도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또 제방 등 인공구조물이 산소 농도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

보고서는 경기 시화만의 경우 간척사업에 따른 적조와 해저의 산소 결핍으로 어류의 대량 폐사 등 만성적인 환경문제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해양생물 가운데 생존에 많은 양의 산소가 필요한 참치, 청새치, 상어 등이 큰 위협을 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대로 산소 고갈이 빠르게 진행될 경우 참치, 청새치 등 중요한 식량자원으로 이용되는 어류 역시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산소량에 영향을 덜 받는 해파리, 일부 오징어 등은 서식범위가 점점 늘어날 수도 있다.

IUCN은 이대로 기후변화가 진행되면 2100년에는 세계 해양의 용존산소량이 3~4%가량 줄어들고, 열대지역 가운데는 산소가 약 40%나 감소하는 곳도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산소 감소량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깊이 1000m 미만의 바다에서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