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미·중 관세 때리면 상처는 한국이…정부 “비상 계획” 고려

by

미, 중국 추가 관세 ‘5일 앞으로’

http://img.khan.co.kr/news/2019/12/09/l_2019121001001085900089441.jpg
그래픽 | 현재호 기자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시점이 다가오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은 물론 유럽연합(EU)과 중남미 등까지 전방위적으로 무역분쟁을 벌이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대외 불확실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는 경우에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미 관세 발표 때마다 ‘금융 요동’
무역분쟁 당사자인 미·중보다
대외 의존도 높은 한국이 더 타격

정부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중 무역협상 동향 등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미국은 오는 15일부터 156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 부과가 유예될 수도 있다.

김 차관은 회의에서 “15일 미국의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해 적시에 시장안정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미·중 무역협상의 진행 상황에 따라 세계 경제는 요동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가 관세 부과를 발표할 때마다 주가 및 채권수익률이 하락하는 등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나고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 특히 한국은 지난 5월과 8월, 11월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 조정까지 겹치면서 외국인 주식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다.

미·중 양국의 전면적인 관세전쟁으로 이어질 경우 무역전쟁 당사자인 미국이나 중국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타격이 더 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미국은 대규모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받은 충격을 제3국에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는 중국산 제품은 대부분 중간재와 자본재”라며 “중국은 소비재 수출을 늘리고 중간재와 자본재 수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 예고한 추가 관세 적용 땐
한국 수출 감소액 52억달러 추산
정부 “금융시장 변동 적극 대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 10월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이 예고한 추가 관세를 실제로 부과하면 두 나라에 대한 한국의 수출 규모가 총 52억2000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글로벌 무역분쟁은 미국 정부가 EU 제품에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하면서 확대되는 모양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관세 대상에 EU산 항공기 부품과 농산물을 추가하고 기존 관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USTR은 2020년 1월까지 산업계의 의견을 종합하고 관세율이나 대상 품목 등을 세부적으로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지난 2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서도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는 등 무역분쟁을 중남미까지 확산시키고 있다.

무역분쟁 확전에 따른 경기 하강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상영 건국대 교수는 “경기가 나빠질 때에는 총수요를 늘리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대외 불확실성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구조개혁도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