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이 '채용비리' 조용병 회장 연임 서두르는 속사정

보험사 고가매입 등 의혹 무성... "향후 2~3년 리스크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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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 연합뉴스

 
"(회장이 연임한다면) 앞으로 2~3년 동안 신한금융지주가 최고경영자 리스크에 노출되는 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지난 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신한금융지주(아래 신한금융) 소속 지점장급 간부인 정아무개(가명)씨의 말이다. 최근 본점 주요 부서에서 근무했던 그는 채용비리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오기도 전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연임이 강행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조 회장과 관련한 여러 의혹들을 조목조목 고발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종전보다 회장 후보 추천 일정이 당겨진 것이다. 지난 2017년에는 전임 회장의 임기만료를 약 2개월 앞둔 시점이었던 1월 19일에서야 최종후보가 선정됐는데, 올해 일정은 이보다 빠른 12월 13일로 확정됐다.

정씨는 "이번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회의가 비상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지난달 26일 1차 회의는) 비공개로 이뤄졌는데, 언론 보도로 겨우 공개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9일쯤 최종후보가 나온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재판장이 18일에 결심공판을 열겠다고 하자 일정을 13일로 당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과 신한은행은 2013~2016년 동안 은행 임원·부서장 등의 자녀들을 합격시키고,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해 채용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한 1심 판결이 나오기 전 회장 인선을 서두르기 위해 최종후보 선정 일정을 앞당기고, 이에 따라 1차 회의도 빠르게 진행했다는 얘기다. 현행법상 5년 이내에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 받은 사람은 금융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ING생명 인수 반대 임원, 지난해 해임

신한금융지주가 조용병 회장의 연임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의 관계가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지난해 신한금융에 인수된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의 사외이사를 지낸 윤 원장이 그 과정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취임 직전까지 약 4년 넘게 ING생명의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정씨는 "지난달 26일 회추위 첫 회의가 열렸다는 보도가 나온 뒤 지주 쪽에선 회의가 있었는지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내놨는데, 이는 금융감독원을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당국이 채용비리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조 회장의 연임이 추진되는 것을 알고도 방관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지주가 이를 비공개로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ING생명 인수를 반대한 인사가 해임된 점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정씨는 "당시 리스크를 검토했던 신한금융 임원은 추후 인수가격이 2조원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개진했는데, 지난해 12월 느닷없이 해임 통보를 받게 됐다"고 했다. 지주 임원의 경우 통상 임기가 만료되면 자회사 대표 등을 맡게 되는데, 뚜렷한 이유 없이 해임됐다는 것.

지난해 9월 신한금융은 2조2989억 원(주당 4만7400원)을 들여 ING생명 지분 59.15%를 인수했다. 하지만 올해 12월9일 기준 오렌지라이프의 주당가격은 2만8750원으로 크게 하락했다.

정씨는 "지주가 최근 오렌지라이프의 나머지 지분을 사기 위해 소액주주들을 찾았는데, 주주들이 가격이 너무 낮다고 반발해 고가매입 이슈가 다시 불거졌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당시 가격이 높더라도 인수기회를 놓치면 합병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 게 아니라 회장만 아는 루트를 통한 것이었다면, 이는 앞으로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윤석헌과 ING생명 대주주의 인연

ING생명의 대주주였던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과 윤 원장이 오래된 인연이라는 점도 의혹을 증폭시키는 배경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윤 원장과 김 회장의 인연은 2001년부터 시작됐다"며 "윤 원장이 (김 회장과 관련한 기업의) 사외이사를 오랫동안 해왔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김 회장과 윤 원장은 한미은행(현 한국씨티은행)의 사외이사로 나란히 선임됐다. 김 회장은 당시 칼라일그룹 아시아회장을 지내면서 한미은행 인수를 주도한 인물이다. 이후 2004년 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은 칼라일그룹을 통해 한미은행 인수에 성공했다. 윤 원장은 2008년까지 이곳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더불어 윤 원장은 김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몸 담았던 HK저축은행에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사외이사를 지냈고, 김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MBK장학재단의 사외이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실질적으로 기업 오너의 돈을 받기 때문에 그 영향력 아래에 있을 수 밖에 없다"며 "(ING생명의 경우) 본인에게 사외이사직을 준 사람이 인수합병 계약을 성사하는 관계자였기 때문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금감원이 신한금융 회장 선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은 형식적인 반응이었을 것이라는 게 정씨의 생각이다. 앞서 지난 4일 금감원은 "신한금융 사외이사와 면담을 실시하고, 지배구조와 관련된 법적 리스크가 그룹의 경영안정성 및 신인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회장 무죄 만들기'에 올인하게 될 것"

정씨는 "회추위 최종일정이 보도되면서 금감원도 얘기를 한 것"이라며 "윤 원장이 조 회장 연임을 적극적으로 무마한 것이라기보다는 일정이 모두 공개되면서 부담을 느끼고 형식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지주는 믿는 것이 있으니 연임을 계속 밀어붙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그는 인사권을 쥐고 있는 조 회장이 연임될 경우 채용비리 재판이 혼탁해지면서 지주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씨의 말이다.

"현재 재판 과정을 보면 조 회장은 본인이 한번도 부정채용에 관심을 둔 적이 없는데, 아래 직원들이 했다고 얘기합니다. 직원들은 은행장(현 조 회장)이 최종결재권을 갖고 있고, 이걸 전부 보고했다고 주장하죠. 채용비리가 없었다고 하는 사람은 없는 상황입니다. 1심에서 유죄가 나오든, 무죄가 나오든 여전히 회장 상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신한은행 직원들이에요. 조 회장이 연임되면 이 분들의 입장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세요.

또 조 회장이 아무리 개인적으로 공판을 준비한다고 주장하더라도, 지주에 있는 사람들은 회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앞으로 3년 동안 '무죄로 만들 방법이 무엇일까'에 올인할 겁니다. 불 보듯 뻔한 길을 가게 된다는 거죠. 그 부분이 신한금융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그러면서 그는 "회사가 이렇게 연임을 강행하는 이유는 회장을 무죄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씨는 "조 회장이 개인적으로 채용비리 공판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무죄 만들기에 협조하겠다는 직원들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 지에 대한 부분까지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