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지배구조 ‘껍데기’만 좋아졌다…이사회 반대의결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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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기업집단 계열사의 의사결정체계인 이사회와 주주총회가 형식적으로는 투명해졌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경영진의 '거수기' 노릇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총수 일가가 상임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도 줄어들어 그룹 내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총수 일가가 경영판단에 따른 책임을 피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오늘(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총자산 5조 원 이상의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상장사의 사외이사 비율과 주주총회 전자투표제 도입 비율 등이 지난해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대상은 56개 집단 1천914개 회사(상장사 250개)로 지난해 5월 2018년도 대기업집단 지정 이후 2019년도 지정일(올해 5월 15일) 전까지 이사 등재현황과 이사회, 주주총회 현황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대기업집단 소속 상장사 250개의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비중은 51.3%로 전년(50.1%)보다 소폭 늘었습니다.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비율도 늘어 이사회의 실질적 역할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한 상장사는 41.6%로 지난해 35.6%에 비해 6%포인트 늘었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를 둔 상장사 비율도 모두 지난해보다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사회가 의결한 6천698건 가운데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24건에 그쳤고, 이 가운데 부결된 사례는 단 3건에 그쳤습니다.

이사회가 원안대로 가결한 비율은 99.64%로 이사회가 여전히 경영진의 '거수기' 노릇을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부결된 안건은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처리방안, 롯데하이마트의 점포 용지 매각 승인, ㈜한진의 주주제안 안건 상정 여부 등입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대규모 내부거래 관련 안건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를 포함한 총 755건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습니다.

이사회 내 위원회의 경우도 상정된 2천51건 중 원안대로 처리하지 않은 안건은 12건에 그쳤습니다.

총수 일가가 경영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책임을 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총수 일가 상임이사 재직 비율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총수가 있는 집단 49개의 소속사 1천801개 가운데 총수 일가가 상임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321개사 17.8%에 그쳐 지난해(21.8%)보다 4%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총수 본인이 이사로 있는 회사의 비율도 4.7%에 그쳤고,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가 아예 없는 집단이 19개로 지난해(14개)와 비교하면 늘었습니다.

한화·신세계·CJ·미래에셋·태광·이랜드·DB·동국제강 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총수 2·3세조차 이사로 등재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총수 일가의 이사등재는 경영판단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책임경영의 의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편, 소수 주주의 권한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의 도입은 늘어났습니다.

대기업집단 소속 상장사 250개 가운데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회사 비율이 34.4%로 지난해(25.7%)보다 8.7%포인트 늘었고, 전자투표를 시행한 회사의 비율도 28.8%로 전년보다 늘었습니다.

하지만 전자투표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한 비율은 2%에 그쳤습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