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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고등학교 예비 수험생이 문제풀이에 열중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영·수만큼 중요한 17개 탐구 과목 톺아보기

예비 고3 선택과목 어떻게 고를까예비 고3 겨울방학은탐구영역 선행학습 시기3월 본격 수능 준비 전2월까지 한 과목은 끝내야전공 적합성, 등급 고려해사·과탐에서 각각 2과목 골라개념정리 노트 만들어고3 올라가는 것 추천해

지난달 14일 치른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가운데 탐구 과목에서 실패한 학생들 특징이 있다. 바로 6월 모의고사를 본 뒤 만족할 만한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며 선택과목을 바꾼 학생들이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등 수능 선택과목을 합하면 17개. 사회탐구에서는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한국지리, 세계지리, 동아시아사, 세계사, 법과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9과목 중 2과목을 선택해 대비해야 한다. 과학탐구 영역도 물리1, 물리2, 화학1, 화학2, 생명과학1, 생명과학2, 지구과학1, 지구과학2 등 8과목 가운데 2과목을 골라야 한다.

예비 수험생들에게 다가올 겨울방학은 선택과목 선행학습 시기이기도 하기에 신중히 보내야 한다. 입시 전문가인 김종우 서울 신현고등학교 진로진학부장 교사, 김진훈 서울 숭의여자고등학교 진로교육부장 교사,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ST Unitas) 교육연구소장과 함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선택과목 제대로 고르는 법을 알아봤다.

■ 교육과정 따로, 수능 따로

수능에서도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있다. 과목 간 표준점수 차가 심하기 때문에 상위권 대학은 표준점수를 활용하지 않고 백분위 점수를 변환표준점수로 다시 산출해 반영한다. 김종우 교사는 “그래서 수능에서는 백분위를 높게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21학년도 대학입시를 치르게 될 예비 고3 수험생들은 문·이과 융합 교육과정이라 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첫 세대다. 수능 역시 문·이과 융합형으로 시행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2017년 8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추진됐던 수능 절대평가제가 좌초되면서 공론화 과정이라는 1년 유예기간이 생겼다.

유 소장은 “예비 고3들은 교과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배우지만, 수능은 2015 개정 교육과정 체제를 반영하지 못한 채 2020학년도 수능처럼 치르게 됐다”며 “교육과정 따로, 수능 따로라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수능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비 고3 수험생들은 2020년 11월19일 치르게 될 수능을 대비하면서 선배들이 2020학년도 수능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참조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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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수험생에게 다가올 겨울방학은 선택과목 선행학습 시기이기도 하기에 신중히 보내야 한다.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 안전하게 남들 다 하는 과목 선택?

교육과정이 바뀌었으니 사회탐구·과학탐구 영역 과목 선택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고교 1학년 때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배웠어도 수능 사회탐구·과학탐구 선택과목은 그대로다.

사회탐구·과학탐구 영역의 과목은 어떤 방법으로 선택하면 좋을까? 김진훈 교사는 “비슷한 과목끼리 묶어 선택하라, 표준점수 높은 과목으로 선택하라, 3학년 때 배우는 과목으로 선택하라 등 여러 방법이 이야기되는 시기”라며 “방법별로 장단점이 있다. 다만 선택 2과목을 모두 3학년 때 배울 과목으로 정하는 것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3 때 수능 대비는 탐구 영역뿐만 아니라 국어·수학·영어 영역을 함께 대비해야 한다. 2과목 모두를 3학년 때 새로 배운 과목으로 선택해 대비한다는 것은 시간상으로 많이 쫓길 수 있고 내신에서도 위험 요소가 많다.”

사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많은 수험생이 선택하는 과목을 고르는 것이다. 예컨대 사회탐구 영역은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 한국지리 중에서 먼저, 과학탐구는 지구과학1, 생명과학1, 화학1 가운데서 먼저 선택한다. 유 소장은 “현행 수능이 상대평가제다. 응시 인원이 많은 과목에서 상위 등급 학생도 많으므로 그만큼 대비가 수월할 수 있다”며 “다만 원하는 대학이 지정하거나 가산점을 주는 선택과목이 있기 때문에, 해당 학교 누리집을 먼저 살펴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현행 입시에서 사회탐구 영역의 선택과목을 지정한 대학은 없다. 한데 과학탐구 영역은 다르다. 특정 과목을 지정하는 대학이 있다. 유 소장은 “서울대는 서로 다른 과학탐구 영역으로 1과 2과목을 선택해야 지원할 수 있다”며 “예를 들면 지구과학1과 생명과학2, 또는 물리1과 화학2 등으로 조합해야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우 교사는 “과학탐구 선택 시, 심화 과목에 가산점을 주거나 서로 다른 분야의 1+2 조합만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며 “대학마다 필수 지정 과목이나 동일 과목 조합 불가 등 제한을 두기도 하므로, 반드시 희망하는 대학의 모집 요강을 미리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인강’ 듣기 전 목표 등급부터 정해두자

예비 고3들은 겨울방학 전 사회탐구 영역의 선택과목을 정해두는 게 좋다. 2020년 1~2월 동안 적어도 한 과목의 개념 정리는 끝내야 한다.

김진훈 교사는 “본격적인 수험생활을 시작하는 3월부터는 학교 수업과 국·영·수 공부로 사회탐구 영역을 공부하기가 쉽지 않다”며 “아이들에 따라 기본서를 한 권 정한 뒤 ‘인강’(인터넷 강의)을 들으며 기본 개념 노트 한 권을 방학 동안 만들어 오기도 한다. 결국 자신감의 문제”라고 말했다. “사회탐구는 기본서 한 권과 수능 연계 교재로 개념을 정리하자. 자기 목표 등급에 맞춰 적은 시간을 들여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는 게 탐구 과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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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자신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회탐구 중에서 생활과 윤리는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택하는 과목이다. 1등급의 조건이 ‘만점’이라는 이야기와 같다. 유 소장은 “사상가의 주장을 살짝 비틀어 틀린 답을 만든다”며 “2019학년도 수능에서 60% 이상의 수험생이 선택한 과목이다. 한국지리보다 3배 더 많은 학생이 응시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회탐구 과목보다 공부 분량이 적은 편이다. 시비를 판단하는 문제 특성상 공부하기에도 수월하다. 논술과 심층면접 제시문으로 심심찮게 출제되는 과목이라 대학별 고사를 준비하기에도 나름 유리하다.”

한국지리는 탐구 영역 가운데 3순위 안에 들 정도로 응시자가 많다. 많은 수험생이 기본 배경지식을 갖추고 있고 기출문제도 풍부해 유형 예측이 쉽기 때문이다. 한데 한국이라는 한정된 범위만을 다루기에 선택 시 고려해봐야 할 점들이 있다.

김종우 교사는 “세계지리에 비해 복잡하고 지엽적인 내용이 꽤 있는 편”이라며 “동아시아사, 세계사 등 역사 과목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공부할 수 있다. 반면 한국지리는 지도 해석하기와 통계 수치 분석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전에는 주요 열쇳말 등을 기반으로 한 문제가 나왔다면 최근에는 도표나 그래프 등 자료 분석 문제가 킬러 문항으로 자주 나온다.”

3학년 3월이 되면 내신과 수능을 함께 공부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과학탐구 개념 정리는 2학년 겨울방학까지 마치면 좋다. 김진훈 교사는 “어느 정도 개념을 정리한 상위권 학생들은, 지난해 과 을 고2 겨울방학 때 풀어볼 것을 추천한다”며 “수능형 문제를 풀어보면서 탐구영역 문제 유형에 익숙해질 수 있다. 어떤 단원의 개념이 어떤 문제 유형으로 연결되는지 그 과정을 꿰뚫으면 탐구 영역 만점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 선택과목이 전공 적합성 나타내준다

국·영·수 모두 중요하지만 수험생의 진로·적성을 나타내주는 건 선택과목이다. 유 소장은 “대학들은 앞으로 문·이과 통합형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선택과목에 더욱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교육과정에서 과목을 선택할 때 진로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고르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의학·보건 계열이나 생명공학과 쪽을 생각하는 수험생은 생명과학1이 필수다. 학생부 성적이 3등급인 학생이 전자공학과를 희망할 경우, 화학1과 물리1 중 무엇을 택해야 할까. 대학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학종에서 전공 적합성을 1순위로 보는 곳이라면 화학1에서 2등급을 받는 것보다 물리1에서 3등급을 받는 게 유리할 수도 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관련기사] “6월엔 4등급, 수능서 만점… 선택과목도 역전 가능해”

선배가 알려주는 선택과목 공부법

입시라는 장기 레이스에서 문득 앞이 보이지 않을 땐, 그 길을 먼저 뛰어간 선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물리1’과 ‘지구과학2’를 선택한 정기경(서울대 1학년, 이하 정)씨와 ‘윤리와 사상’을 고른 박현민(연세대 1학년, 이하 박)씨의 선택과목 공부법 이야기를 들어봤다.

■ 물리2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

정: 사실 물리2는 공부할수록 재미있는 과목이다. 한데 내 경우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맞춰야 했다. 물리2를 잘했고 자신도 있었지만, 안정적으로 등급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했다. 그래서 물리1과 지구과학2를 선택했다. 물리2를 잘했고 좋아했지만 매년 3천명 정도만 시험을 치는 물리2에서 4% 안에 들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 그런 이유로 약 1만여명이 선택하는 지구과학2를 골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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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윤리와 사상을 고른 이유는 무엇인지?

박: 3학년 1학기 내신으로 배운 ‘윤리와 사상’과 ‘법과 정치’를 선택했다. 두 과목 모두 암기 내용이 많지만, 노력을 들인 만큼 점수가 오르는 선택과목이기도 하다. 사회·문화의 경우 학습 분량은 적지만 묘하게 개념을 비틀어 실수를 유도하는 문제 때문에 고르지 않았다. 윤리와 사상에서 다양한 사상가의 이론을 배우는데, 자기소개서를 쓰고 실전 면접을 볼 때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 다른 대학 일반 전형 심층면접에서 유토피아에 관한 제시문이 나와 윤리와 사상에서 배운 존 롤스의 절차적 정의를 활용해 답했다.

■ 물리2를 선택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정: 물리1이 1차원 운동을 다룬다면 물리2는 포물선 운동 등 2차원을 다룬다. 당연히 물리1에 비해 어렵다. 하지만 물리2는 주변 현상을 좀더 근본적으로 설명해주기 때문에 본질에 접근해가는 재미가 있다. 물리2를 잘하려면 수학 감각이 중요한데, 미·적분은 학교에서 충분히 배운 것이라 괜히 먼저 겁먹을 것 없다.

■ 윤리와 사상을 선택한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박: 수능에서 50점 만점을 받았지만, 6월 모의평가 때만 해도 4등급이 나왔다. 이때 스트레스받지 않고 긍정적으로 ‘탐구 과목 공부할 절대적 시간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문제 속 제시문과 보기를 비교해가며 왜 이게 답인지 등을 이해가 될 때까지 따져보며 공부했다. 고2 겨울방학부터 탐구 과목을 공부해나가야 그나마 부족한 시간을 채울 수 있다는 걸 명심했으면 좋겠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