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토론회④] 표준계약서부터 전담기구까지, "내실있게 만들어야"
by 이두현,서동용,남기백 기자'제2의 카나비' 사태를 막기 위해 마련된 정책토론회가 9일 국회에서 진행됐다. 오늘 토론회는 e스포츠 선수 권익 보호와 불공정 계약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토론에는 한국e스포츠협회 김철학 사무총장, 라이엇게임즈코리아 박준규 대표,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산업과 박승범 과장, 국민일보 윤민섭 기자, LAB파트너스 조영희 변호사,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김훈기 사무총장, 이동섭 의원실 이도경 비서관이 패널로 참여했다.
박승범 과장은 정부 입장을 전했다. 현재 문체부를 비롯한 정부는 '카나비 사태' 문제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라고 박 과장은 설명했다. 그는 "지스타에서 박양우 장관이 말했듯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 게임산업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는데, 중요한 내용으로 이번 e스포츠 사태를 잘 담아내겠다"라고 전했다. 이어 "공정위와 협업해 선수 계약서를 전수조사하고, 이동섭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박승범 과장은 "e스포츠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 협회와 구단, IP 홀더 간 협럭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며 "우리 스스로 e스포츠 종주국이라 말하는데, 위상 제고를 위해 정부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별개로 미성년자 프로게이머가 셧다운제 적용 대상에 벗어날 수 있도록 여성가족부와 중장기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박승범 과장은 전했다.
윤민섭 기자는 "라이엇게임즈코리아 발표 중 스틸에잇 지분 관련해 경영진이 누구인지,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명확히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순 지분관계만 따지면 새로 회사를 차린 뒤 똑같은 문제를 다시 저지를 수 있어서다. 이어 "업계인과 에이전트라는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을 확실하게 하고, 에이전트는 테스트 자격 도입과 원아웃 제도를 도입했으면 한다"고도 전했다.
윤 기자는 "라이엇게임즈코리아와 케스파가 전수 조사를 하는 것에 있어 시정조치와 내용, 결과를 LoL 팬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희 변호사는 "선수 이익과 팀 이익은 다르다"며 "단순 표준계약서 통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선수, 팀, 게임사가 조항을 똑같이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히 해야 한다"고 견해를 전했다. 조영희 변호사는 '카나비 사태'에서 계약서 법률 자문을 맡아 해결에 큰 도움을 줬다.
조 변호사는 기존 프로 스포츠에서 선수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주목받아 팀과 에이전트 보호를 받지만, e스포츠 프로게이머는 비교적 보호 방안이 불명확하다고 분석했다. 조 변호사 다른 프로 스포츠와 비교해 "어린 선수가 모를 수는 있어도, 팀조차도 어떻게 해야 자신들의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지 모르는 게 큰 문제다"라고 심각성을 짚었다.
조 변호사는 '카나비' 선수가 기존 계약서를 청산하고 징동게이밍으로 문제없이 이적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섰다. 업무를 마친 조 변호사는 "프로 스포츠라는 건 정신과 룰이 공정하기 이뤄졌을 때나 가능한 것"이라며 현재 e스포츠 판을 꼬집으며 "이점을 염두하고 운영하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선수와 팀, 리그는 각자 이해관계가 있다"며 "속도에 밀려 성급하게 표준계약서를 만들지 말고 깊이 있게 들여다봐 선수권익 보호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훈기 사무총장은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설립 경험을 빌려 "선수협을 생각하고 만들기까지 8년이 걸렸다"며 "선수 개개인을 만나 필요성을 이야기해도, 선수 스스로 선수권익을 말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김훈기 사무총장은 "피파 산하 각 나라 선수협에는 살라, 메시, 호날두와 같은 선수들이 가입해 선수권익을 이야기한다"며 "법이나 정치, 외압이 아니라 선수가 먼저 권익을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현직 프로게이머가 하나 되어 선수협을 구성하길 김훈기 사무총장은 희망했다. 일례로 임요환, 이윤열, 홍진호와 같은 프로게이머 출신이 자신들의 경험을 살려 선수협을 구성해야 현실적인 문제를 고쳐나갈 수 있다는 것. 김훈기 사무총장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동섭 의원 말처럼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도경 비서관은 표준계약서법이 만들어지기까지 과정과 앞으로 계획을 전했다. 이 비서관은 "불공정 계약에 관한 걸 처음 접한 건 2017년"이라며 LCK에서 활약 중인 선수가 구단이랑 맺은 불공정 계약 때문에 의원실을 찾았다고 전했다. 해당 선수는 문제가 잘 해결됐지만, 이 비서관은 오랜 시간 선수와 구단 간 불공정 계약 사례를 수집해 법안 자료로 삼았다.
이 비서관에 따르면 불공정 계약 사례는 '카나비' 서진혁 선수가 겪은 계약사기, 비상식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떼가는 브로커 문제, 이중계약, 관광비자로 인한 세금문제 등이다. 이중계약은 선수가 희망하는 연봉이 담긴 효력 없는 계약서와 구단에게 유리한 효력 있는 계약서를 같이 준비하는 경우다. 관광비자로 외국 게임단에서 활약할 경우 계좌를 만들지 못해 현금으로 받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 탈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비서관은 "개정안이 법안소위에 올라가 심사만 되면 통과까지 자신 있지만, 여야 정쟁으로 인해 문체위 법안소위가 열리지 않는 건 아쉽다고"전했다. 이어 "20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이 급한데, 남은 시간까지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번 사태에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아 비판 대상이 됐다. 이 비서관은 "한콘진에 게임에 애정이 있고 정책 전문성이 되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라며 "매년 시행되는 e스포츠 실태조사에서도 관련된 실질적인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콘진을 벗어나 게임산업과 e스포츠 진흥을 위한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고 이 비서관은 제시했다.
전담 기구는 개정안 준비가 완료된 상태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에서 예상되는 반대가 있어 대기 중이다. 이 비서관은 "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설득할 것이며, 앞으로도 시스템 개편이 이뤄지는지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씨맥' 김대호 감독 처분에 관한 'G식백과' 김성회 유튜버 물음에 박준규 대표는 "안타깝지만 저희는 반대되는 제보를 받았다"며 "바로잡기 위해 수사기관에 의뢰한 상황, 결과가 나면 그에 맞게 다시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팬들은 납득할 권리가 있다"며 "제3의 기관에서 사실관계부터 파악해 적절한 징계인지 모든 걸 확인할 것이고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실무자인 오상헌 e스포츠총괄 체제가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 박준규 대표는 "변함없다"고 답했다.
e스포츠 팬들이 의심하는 카르텔 문제에 대해 박준규 대표는 "시스템 정비가 필요한 문제이고 내부를 향한 의심은 잘 알지만, 실제론 전혀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이어 "앞으로 모든 걸 다 개선해서 다시는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철학 사무총장은 케스파 이사진 구성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2017년 말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협회가 존폐위기를 겪었다"며 "협회 정상화를 위해 지금 이사진을 우선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케스파는 현재 대한체육회 인정단체다. 케스파가 준회원, 정회원 자격을 얻기 위해선 지금 상태론 안 되고 이사진을 공정하게 구성해야 한다. 김철학 사무총장은 "대한체육회 준, 정회원 자격을 얻기 위해 앞으로 선수, 팀, 종목사 주요 스태프로 구성된 이사진을 구성할 것이며 관련 정관개정도 추진 중이다"라고 덧붙여 전했다.
이어 "표준계약서와 관련해 스타크래프트1 시절부터 운영된 일부 조항이 그대로 단어만 바뀐 게 맞으며, 팀에게 유리하단 것을 부정하지 않겠다"라고 전했다. 김철학 사무총장은 "문제를 고치기 위해 새로운 표준계약서를 조기 도입하겠으며, 외부 인사로 구성된 독립기구에서 케스파는 실무적인 백업만 하고 공정하게 진행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끝으로 이도경 비서관은 "제도는 앞으로 나아갈 것인데, 지금까지 있었던 임금체불 문제 대응팀도 만들어 진행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철학 사무총장은 임금체불 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