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성별 바꾼 두 사람 ‘나는 누구인가’ 정체성을 묻다…연극 ‘후회하는 자들’

by
http://img.khan.co.kr/news/2019/12/09/l_2019120901001123000087551.jpg
연극 <후회하는 자들>은 트랜스젠더인 미카엘(왼쪽)과 올란도가 펼치는 2인극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2006년 스웨덴에서 초연됐으며, 2010년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극단 산수유 제공

“다시 남자가 되기로 단단히 결심했군요.” “당연하죠. 그게 나니까요. 그리고 또, 성기복원술도 받고 싶어요… 내가 달고 태어난 딸랑이는 없어졌으니까.” “두 번이나 수술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러게요”

연극 <후회하는 자들>은 성전환 수술로 타고난 성별을 바꾼 두 사람 이야기이다. 무대에는 초로의 남성으로 ‘보이는’ 두 인물이 테이블을 두고 앉는다. 미카엘은 1994년 50살의 늦은 나이에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했다가 다시 남성으로 돌아가려 하고, 올란도는 1967년 스웨덴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한 후 여성의 삶을 살다가 다시 수술을 받고 남성으로 살아간다. 2008년, 60대가 된 이들은 서로 눈빛을 맞추며 덤덤하게 인생사를 들려준다.

두 사람은 “이도 저도 아닌” “경계 선상에 있는” 인물들이다. 여성과 남성이라는 ‘섹스/젠더’ 이분법에서 비켜있는 두 사람을 통해 관객들은 그 틈새를 들여다보게 된다.

“그 당시엔 나 자신에 대해 너무 경멸하고 있었어요. 나에게 성전환은 옛날 ‘미카엘’에서 벗어나서 ‘미카엘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였죠. … 새로운 정체성, 새로운 몸으로 새 출발할 수 있다 생각했죠. 모든 걸 바꿀 수 있다고 착각했어요.”

성 정체성에 대한 두 사람의 태도는 다르다. 올란도는 처음부터 남성을 좋아했고, 여성으로 살면서 11년이나 결혼생활을 이어갔다. 미카엘은 ‘호모 새끼’라는 말을 듣고 살았지만, 여성을 좋아한다. 어쩐지 ‘엉뚱한 몸뚱아리’로 태어난 느낌에 행복을 찾아 다른 선택을 했을 뿐이다.

성을 바꾼 이후에는 사람들의 구박과 멸시, 거기에 남성일 때는 겪지 못한 차별까지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부조리에 대응하고, 상황에 따른 성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올란도는 자신의 정체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전 마초가 될 수 없어요. 벌목꾼이 될 수도 없고, 농부가 될 수도 없죠. 그건 그냥 내가 아니에요. 하지만 여자도 아니에요.”

나는 여성인가? 남성인가? 나를 이렇게 규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성소수자 이야기로 시작한 연극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정체성, 문화적 억압, 선택과 후회 등 삶의 다양한 문제들을 생각해보도록 한다.

“난 살려고 하는 거예요. 진짜 제대로 살고 싶어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넘어 그대로의 자신으로 받아들여지는 삶을 갈망하는 두 사람은 다른 미래를 꿈꾼다. “어쩌면 올란도씨랑 나랑은 단순히 우리 시대보다 더 앞서있는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맞고 다른 사람들이 틀린 걸 수도 있잖아요” “맞아요. 우주에 절대적인 건 아무 것도 없으니까요.” 두산아트센터에서 12월7일부터 2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