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어려운 이웃들에게” 300만원 툭 던지고 간 70대 기초수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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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울산 중구 병영1동 70대의 기초생활수급자가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행정복지센터에 기부한 현금 뭉치. 울산중구 제공

울산에 사는 한 7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아껴둔 돈 수백만원을 내놨다.

9일 오전 10시쯤 울산시 중구 병영1동 행정복지센터에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데다 겨울점퍼에 털장갑을 낀 70대 남성 노인이 민원실로 들어왔다. 그는 느닷없이 윗옷 주머니에서 고무줄에 묶인 돈뭉치를 꺼내 복지담당 공무원에게 툭 던지고는 센터 밖으로 나갔다.

복지담당 주무관 김현진씨는 노인의 느닷없는 행동에 잠시 의아해하다가 센터 밖으로 나가 노인을 다시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그는 병영1동에 사는 기초수급자 ㄱ씨였다. 그가 내놓은 돈은 5만원권 60장으로 총 300만원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거액’에 해당하는 돈이다.

김씨는 “노인이 기초수급 지원금과 각종 수당을 받을때 서류를 떼기 위해 수시로 행정복지센터를 들렀기 때문에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은 그를 제법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ㄱ씨는 돈을 건넨 이유를 묻는 김씨에게 잠시 머뭇거리더니 “평소 국가의 혜택을 많이 보며 살아가고 있고, 항상 주위의 관심과 도움을 받아 늘 고맙게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추운 겨울이 다가오는 연말에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ㄱ씨는 베트남전 참전 유공자로 왼쪽 손목을 잃은 장애인으로 참전 수당과 장애인 연금, 기초생활수급 등을 지원받아 생활하고 있다. ㄱ씨는 이 지원금 중 생활비를 제외한 일부를 수년간 모아 300만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나는) 돈을 크게 쓸 일이 크게 없고, 평소에 조금씩 모으다 보니 이 정도 금액이 됐다”며 “남들이 다 하는 일을 처음 해놓고, 주변의 이목을 받는게 부담스러우니 절대 내 신원과 얼굴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

고수옥 병영1동장은 “일반 주민들에게 적지 않은 300만원을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도 이웃을 위해 선뜻 내놓는 어르신이 얼마나 감사한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병영1동 행정복지센터는 ㄱ씨로부터 받은 300만원을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의료지원이 필요한 독거노인과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 등 6가구에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