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위 "檢, 고위공직자 불기소 땐 이유 공개하라"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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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12.09 18:40 "알권리 보장, 검찰 통제, 전관특혜 방지 위해 필요"
檢 새 공보규정은 인권·무죄추정 위해 비공개가 원칙
"檢불신" 지적도...개혁위 "공수처·경찰도 같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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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검찰이 국회의원과 장·차관, 판·검사를 불기소 처분할 경우 그 이유를 공개하라고 법무부의 검찰개혁 자문기구인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가 권고했다.

개혁위는 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회의를 연 뒤 "국민의 알권리 보장,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전관예우 방지 등 형사사법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며 이 같이 권고했다.

개혁위는 고위 공무원의 불기소결정문을 검찰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 국민이 열람·검색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제·개정하라고 요구했다.

개혁위가 권고한 불기소결정문 공개 대상은 △대통령·국무총리·국회의원 등 국가 정무직 공무원 관련 사건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 등 지자체 정무직 공무원 관련 사건 △법관·검사 관련 사건 △4급 또는 4급 상당 이상 국가공무원 및 지방공무원 관련 사건 △기타 언론에 보도돼 사회적 이목을 끈 중대 사건이다. 불기소결정문을 공개할 때 피의자 변호인의 소속과 이름도 공개하라는 내용도 권고안에 포함됐다.

개혁위는 "불기소결정문에는 검사가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하지 않은 구체적 이유가 적시돼 있다"면서 "이를 공개하면 검찰권 행사의 적법성, 불기소 처분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수사대상의 변호인을 공개하면 중요범죄, 전관 출신 변호사가 관여한 사건이 공정하게 처리됐는지 여부를 외부에서 감시할 수 있어 '전관특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그러나 권고안 내용이 법무부가 이달부터 시행 중인 검찰 새 공보규정(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과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규정에 따르면 피의자·참고인 등의 인권과 무죄추정의 원칙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형사사건은 비공개가 원칙이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고위공직자 사건처럼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들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등장한 것이 새 공보규정인데, ‘고위공직자이니 공개하라’는 건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을 표출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개혁위는 그러나 "새 공보규정에 따르더라도 오보 방지를 위한 경우나, 대중에 널리 알려진 사건의 경우 예외적으로 공개대상에 해당하고, 고위공직자의 실명을 공개할 수 있다"면서 "향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경우 공수처나 경찰이 불기소 결정한 경우에도 같은 기준으로 공개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권고안에는 피고인·변호인 등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수사증거 등 수사기록을 PDF 등 전자파일 형태로 전자문서화하고, 피고인 등에게 열람·등사가 허용되면 이를 전자우편 등으로 받아볼 수 있도록 '검찰사건사무규칙'을 개정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된 사건의 경우 피해자에 위해가 가해지거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는 이상 원칙적으로 고소·고발 사건에 얽힌 쌍방이 진술·제출한 내역을 담은 서류나 수사기관 내부문서를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검찰보고사무규칙'을 개정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법무부는 "권고안을 면밀히 검토해 추후 법무부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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