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상 질병·과로로 기존 질환이 악화…법원 “공무상 재해”

기존에 갖고 있던 질환이라도 공무로 인해 생긴 다른 병과 과로로 악화했다면, 이 또한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단독 이길범 판사는 퇴직 경찰공무원인 A 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장해급여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지난달 27일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2016년 말기신장병을 진단받은 A 씨는 이듬해 정년퇴직을 한 후, 2018년 공무원연금공단에 장해급여를 청구했습니다.

앞서 1990년대부터 고혈압 등의 증상이 있었던 A 씨는 2000년 급성 심근경색과 함께 고혈압에 대해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지만, 공단은 급성 심근경색에 대해서만 승인했습니다.

공단은 이어 지난해 A 씨의 장해급여 청구에 대해 말기신장병 발병이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 앞서 (공무상 요양이) 승인된 급성 심근경색의 치료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체질적·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며 거부했습니다.

이에 A 씨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신장 기능도 저하됐고 과로와 스트레스로 말기신장병에 이른 것이라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A 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존 질병이더라도, 그것이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사고 등으로 더욱 악화되거나 그 증상이 비로소 발현된 것이라면 업무와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전제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A 씨가 공무상 얻은 급성 심근경색 때문에 심장 기능이 저하되면서,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는 데도 영향이 갔다고 볼 수 있다'는 법원 진료기록감정의의 견해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공무상 얻은 질병인) 급성 심근경색 때문에 신장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상황에서, 과중한 업무나 야간 교대 근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해 말기신장병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며 공단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