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전군 코딩 교육은 불가능할까?
“정부가 소프트웨어(SW) 인재 양성에 적극 투자해 주세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원사업장을 방문한 이낙연 총리에게 한 부탁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환경에서 스마트폰에 6억라인 코드를 넣어야 하는 고충이 이해된다. 스마트폰뿐만이 아니다. SW로 움직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자율자동차·드론·비행기를 비롯한 가상현실(VR), 스마트팩토리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모든 산업이 SW 개발자를 요구하고 있다.
SW정책연구소는 인공지능(AI) 등 SW 고급 인력이 3만명 이상 부족하다고 보고했다. 2025년까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130만개 일자리가 소멸되고 디지털 역량이 기본으로 되는 210만개 직업이 창출될 것이라고 판단한 독일 연방 노동사회부가 전 국민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국가 지속 훈련 전략'을 발표한 사실도 전혀 새롭지 않다. 세계가 개발자 품귀 현상으로 열병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많은 대학이 SW 코딩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는 등 몸부림치고 있지만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SW 개발자 양성을 위한 혁신 전략이 필요하다. 대학과 학원에서의 SW 전공자 교육으로는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미래 사회에서는 누구나 디지털 이해와 간단한 SW 코딩 정도는 필수이기 때문에 국가는 전 국민의 폭넓은 디지털 역량 함양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 청년 가운데 매년 20만명이 입대해 18개월 이상 장병으로 복무한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군복무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군 생활이 개인과 국가에 유익하도록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전투와 더불어 미래 준비로 군생활의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전군 SW 코딩' 교육을 제안한다. 군에서 하루 2시간 코딩 교육을 시행하면 복무 중 1500시간 교육으로 개발자 역량을 갖추고 전역할 수 있다. 개인 역량에 따라 고급 개발자도 양성되지만 최소한 미래 사회에 적응할 디지털 역량은 갖추게 될 것이다. 과거 군생활로 태권도 유단자가 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SW 개발자 교육은 군의 전투력 향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베트남은 이미 나짱에 정보통신대를 설립해 2000여명의 훈련병들을 교육하고 있다. 미래 전쟁이 정보통신 능력 기반으로 승패가 결정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미 50% 이상이 컴퓨터로 구성된 해군 함정이나 전투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도 디지털 역량은 필수다.
군 코딩 교육에서 난제는 강사 수급과 인프라 확보다. 50만명을 교육하기 위해 상당한 인력이 필요하지만 온라인 교육을 도입하면 불가능하지도 않다. 컴퓨터를 전공한 장병과 선배 장병을 조교로 사용하면 실습도 가능하다. 인프라에 필요한 막대한 예산은 클라우드 활용과 코딩 교육용 저가컴퓨터 개발로 해결할 수 있다. 획일화된 교육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AI를 활용하면 맞춤형·수준별 교육도 가능하다. 전군 시행이 부담이면 부대별로 시범 실시로 시작하고, 점차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입대하는 청년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군의 사이버 전투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전군 SW 코딩 교육'이 생뚱맞은 제안일까? 우리나라 미래 경쟁력에 기여하는 군의 혁신 방안일 수도 있다. 군에서 개발자가 돼 사회에 진출하고, 일부는 부대에서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창업하는 젊은이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