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키워 팔아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정은조 사단법인 '숲속의전남' 이사장의 지론 '잘 가꾼 숲, 지역도 살린다'
by 이돈삼(ds2032)
"랄프 왈도 에머슨이 그랬죠. 성공이란?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환경을 개선하든, 자신이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이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숲을 우리 모두의 친근한 이웃이 되도록 하고 싶어요. 지역사회와 같이 하는 숲으로,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숲속의전남이 그런 역할을 해야죠."
정은조(68) 사단법인 숲속의전남 이사장의 말이다. (사)숲속의전남은 2015년 7월 창립됐다. 숲을 통해 사라져가는 지역공동체를 살리고, 우리 생활에 유익하면서도 삶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숲 관련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는 지난 7월부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담양 죽녹원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에 1년이면 200만 명이 찾습니다. 지역의 자랑이고 자긍심이죠. 지역경제를 탄탄하게 해주는 감동의 오아시스예요. 우리가 갖고 있는 자산인 숲을 더 크게 키워가야 해요. 좋은 숲을 만들면 지역이 활력으로 넘치고, 지속가능한 발전도 가능할 겁니다."
정 이사장의 숲 예찬이다.
'이낙연 지사'부터 시작된 일
전라남도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남도지사로 일하던 지난 2015년부터 '숲속의 전남 만들기'를 특수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남 땅(1만2344㎢)을 숲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2024년까지 해마다 1000만 그루씩 10년 동안 1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 하천과 강, 마을과 섬, 도로와 철도변, 생활 주변의 자투리 땅, 공원, 야산 등에 나무를 심어 숲속의 전남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나무 심기는 마을의 자생단체를 비롯 직능기관, 기업, 개인 등이 함께하고 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라남도가 나무심기 지원 조례를 만든 이유다. 나무 심기는 매력 있는 경관 숲, 돈이 되는 소득 숲을 지향하고 있다. 숲속의 전남 만들기는 지난해 '숲속의 대한민국' 프로젝트 발표로 이어졌다.
"숲속의 전남 만들기는 크게 나무 심기와 함께 숲 문화운동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를 민간운동으로 확산시키는 데 저희가 앞장서고 있죠. 3대 가족정원 만들기를 통해서 조부모와 부모, 손자녀가 결혼기념·탄생·입학·졸업 등을 기념하는 나무를 심는 것이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는 효사랑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고요. 한국산림복지진흥원 공모사업을 통해 소외계층의 숲체험 교육도 지원하고 있어요."
정 이사장의 목소리로 듣는 (사)숲속의전남이 해온 일이다.
정 이사장은 보성 '윤제림'(允濟林)을 운영하고 있다. 전라남도 보성군 겸백면 수남리 일대에 있는 윤제림은 주월산(557m)과 초암산(576m)이 품은 숲이다. 면적이 337㏊(100만 평)에 이른다.
윤제림은 1960년대 중반 그의 아버지(정상환, 2005년 작고)의 나무 심기로 시작됐다. 당시 그의 부친은 주조장과 극장 운영으로 번 돈을 여기에 다 쏟아 부었다. 민둥산에 편백과 해송, 참나무, 밤나무를 심었다. 시간이 흘러 밤나무가 유실수로서의 기능을 다하자 수종 갱신에 나섰다. 굴참나무를 중심으로 편백과 삼나무, 목백합, 육송, 고로쇠나무, 구상나무, 전나무 등 조경수를 심었다. 윤제림에는 대략 300만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단순히 나무를 심고, 수십 년 키워서 원목을 팔아 돈 버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경제성도 없고요. 6차 산업화해야죠. 산에서 생산하고, 만들고, 체험하고, 파는, 그러니까 1차와 2차, 3차 산업에다 휴양과 레포츠까지 더해진 산림경영이 필요해요. 지금은. 그 모델을 만들고 있습니다."
"혼자서 다 할 수 없어요"
이를 위해 정 이사장은 숲에 산나물과 임산물을 채취할 수 있는 체험단지를 만들었다. 임산물 체험교육관과 편백숲 음악회장, 숲속 야영장과 숙박동도 만들었다. 체험용 모노레일도 설치했다. 앞으로 행글라이더와 ATV(험한 지형에서도 탈 수 있는 오토바이)를 겸할 수 있는 산악레포츠 단지도 만들 계획이다. 숲속 유치원과 도서관도 구상하고 있다. 숲에서 보고 즐기고, 지친 몸과 마음의 안식까지 찾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혼자서 다 할 수 없어요. 지역사회와 같이, 지역주민과 함께해야죠. 운영도 같이 하고 소득도 나누고요. 저는 지출을 줄이고, 주민들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정 이사장은 윤제림을 찾은 여행객들이 청정 임산물과 웰빙 음식을 맛보며 힐링을 하고, 갖가지 체험과 학습까지 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자연휴양림이나 치유의 숲과도 차별화되는 산림복합 문화공간인 셈이다.
정 이사장은 현재 (사)숲속의전남 이사장 외에도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운영위원, (사)남북산림협력포럼 이사장, 한국산림경영인협회장을 맡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