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사의 계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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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인사의 계절이다. 정부 부처와 대기업은 정기인사가 진행되고 있다. 보직 인사건 승진 인사건 공무원과 직장인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이 자리는 승진 코스, 저 자리는 한직이라며 설왕설래한다. 퇴직하는 선배 자리를 누가 승진해서 차지한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초등학교 시절 짝꿍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희비가 엇갈리던 기억을 회상해 보면 인사란 그리 간단치 않은 일임을 알 수 있다. 조직과 조직원 모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총리와 법무부 장관 등 내각 인사도 카운트다운에 들어선 모양이다. 김진표 의원은 총리, 추미애 의원은 법무부 장관에 이미 내정됐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당사자들은 강한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

국회도 내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이라는 인사가 시작됐다. 당마다 선거 전략을 짜고 새로운 인물 영입에 공을 들인다. 현역 의원 등 기존 인력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고심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미 평가 하위 20~30%에 대한 '컷오프'를 예고한 상태다.

현역 지역구 의원이나 지역구 입성을 노리는 비례대표, 비례대표 자리를 목표로 하는 당내 정치인 모두 '입 조심'을 하고 있다. 사실상 인사권자인 당대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의 눈에 거슬리면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괜히 인사권자 눈에 벗어나는 튀는 행동보단 차분히 기다리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한 비례대표 의원도 “(출마를)생각하고 있는 지역구는 있지만 우선 내년 초까진 당의 결정을 기다려 봐야 한다”고 신중함을 보였다.

정부 부처나 대기업, 정치권도 인사권자 결정에 따라 인사 대상자의 앞날이 결정된다. 그만큼 인사권자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선택받지 못한 자는 '백수'나 '낭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정치권에선 '인사권자 눈치보기'의 중요성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정치권에서 국민과 지역만 바라보고 정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까. 인사권을 거머쥐고 있는 당의 지시와 방향에 문제를 제기하고 소신있게 정치할 수 있는 새 얼굴이 나타날 수 있을까. 한두 사람의 결정이 아니라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약속이 이번에는 지켜질지 주목해 보자.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