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생존자' 최완영 "잃을 게 없었는데…이젠 성적 욕심나"[세계3쿠션선수권]

by
http://image.sportsseoul.com/2019/11/29/news/2019112901002573500176221.jpg
최완영. 제공 | 대한당구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잃을 게 없었는데, 이젠 성적 욕심나.”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2019 세계캐롬연맹(UMB)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16강에 오른 최완영(35)은 포켓선수 출신아다. 고교 시절 전국대회를 제패하며 주목받았는데 군 복무 후인 25세 때 가족의 반대로 큐를 놓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당구로 먹고사는 게 쉽지 않았기에 더욱더 그랬다. 이후 2년간 충남 천안 소재 LCD 물류회사에서 생계를 이어갔다. 취미 삼아 당구도 즐기지 않을 정도로 다시는 큐를 잡지 않으리라고 여겼다. 그러다가 우연히 3쿠션 종목을 다루는 당구 인터넷 중계방송을 시청하게 됐다. 다시금 당구 매력에 빠져들었다. “다시 하고 싶다”, “다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최완영은 “포켓 선수로 활동했기에 공의 두께를 계산하는 건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2013년 대한당구연맹에 3쿠션 선수 등록을 마친 그는 초반 적응에 애를 먹었지만 올해 꽃을 피우고 있다. 전국대회에서만 2차례 우승한 그는 당구 최고 권위 대회인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16강에 진출했다. 지난 1928년 출범해 올해 72회째를 맞은 세계3쿠션선수권은 전 세계 48명만 출전한다. 한국은 조재호·김행직·허정한·조명우·최성원이 UMB 랭킹 상위 16명에 포함돼 자동 출전권을 얻었다. 최완영은 아시아대륙 쿼터로 참가했다. 조별리그는 3명씩 16개조로 나뉘어 치러져 각조 1, 2위가 32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허정한을 제외하고 5명이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그러나 32강에서 최완영만 생존했다. 국제 무대에서 두각을 보인 나머지 선수들이 현지 적응에 실패하면서 탈락한 것과 다르게 그는 모리 유스케(일본)를 31이닝 끝에 40-32로 꺾었다.

이번 대회에서 최완영은 독특한 어드레스 자세서부터 이목을 끌고 있다. 상체와 큐의 각이 크게 벌어지고, 큐를 잡은 손을 뒤로 더 빼서 공을 맞힌다. 김정규 대한당구연맹 경기력향상위원장은 “포켓 선수의 자세다. 당구대의 면을 맞히는 재주가 있다”고 귀띔했다. 같은 당구라고 해도 포켓과 3쿠션은 테이블부터 공의 원리가 다르다. 당구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다시 큐를 잡은 최완영은 3쿠션 도전 6년 만에 세계 최고 무대에서 잠재력을 펼치고 있다. 그는 “개회식에서 펑펑 울었다. 한때 공장에서 일했는데 태극마크를 다니 가슴이 벅차더라. 잃을 게 없다는 마음이었는데, 이젠 성적에 욕심이 좀 생긴다”고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