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나카소네 전 총리 별세…향년 101세

중의원 의원으로 56년간을 지내면서 일본 현대 정치사의 산증인으로 자리매김했던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가 별세했습니다. 향년 101세.

교도통신은 오늘 오전 7시 도쿄 시내의 한 병원에서 나카소네 전 총리가 타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1918년 5월 27일 군마현에서 태어난 나카소네 전 총리는 도쿄대를 졸업한 뒤 옛 내무성에서 관료 생활을 시작해 1947년 28살 때 중의원에 처음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이후 1947년부터 20회 연속으로 중의원 의원에 당선되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1982년 11월 제71대 총리를 맡아 73대까지 연속 재임하면서 총리 재임 기간이 1천806일로, 아베, 사토, 요시다, 고이즈미 내각에 이어 전후 5번째 장기 정권(4년 11개월)을 이끌었습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1960년대 초반 한일 양국의 국교 정상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1983년에는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경제협력자금 지원을 결정하는 등 한일 우호증진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1985년 8월 15일 태평양전쟁을 이끈 A급 전범들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공식 참배해 우리나라와 중국 등 주변국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습니다.

그는 전후 정치 총결산을 내걸고 평화헌법 개정 등 일본의 우경화를 앞장서 주창했으며, 1994년 일본이 전후 50주년을 맞아 전쟁범죄에 관한 사죄 결의를 하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을 피력하는 등 일본 우파세력의 우두머리로 통했습니다.

총리에서 물러난 뒤 1989년 5월 '리쿠르트 스캔들'에 연루돼 중의원 예산위에 증인으로 소환될 위기에 처하자 자민당을 탈당했다가 2년 만인 1991년 복당하기도 했으며, 2003년 11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고 중의원 출마를 포기하면서 56년간 의원 생활을 마감하고 은퇴했습니다.

[사진 출처 : AFP·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