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끝난 탁현민 "과거 발언 다시한번 사과···배상액은 여성단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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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진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 | 연합뉴스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자신이 공저자로 참여한 책을 둘러싼 송사가 끝났다면서 그간의 소회를 29일 밤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탁 위원은 “여성신문이 (패소한) 2심 판결을 받아들여 종결됐다는 변호사의 전화를 받았다”면서 “판결문을 오랫동안 읽었다, 처음에는 유리한 내용만 읽혔으나 유난히 한 문장이 들어와 박혔다”고 썼다. 그것은 “‘그러나 스스로 자초한 부분도 있으니…’”라고 했다.

탁 위원은 이어 “이 소송의 승소는 ‘사실’여부만 가릴 뿐 내가 자초했던 ‘실수와 잘못’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면서 “비록 어떤 사람들은 그 실수를 과장했고, 이용했지만 어쩌면 그 또한 내가 자초한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13년 전 내 실수와 의식하지 못한 채 뱉어냈던 말과 글들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면서 “이렇게 사과함으로써 어떤 사람은 13년 전에는 몰랐던 것을 13년 후에 깨달을 수도 있다는, 사람은 언제나 조금씩 나아 질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썼다.

탁 위원은 “여성신문으로부터 배상받은 금액은 한동안 도왔던 여성관련 단체에 보내겠다”면서 “이 또한 사과이며 오래 전 실수에 대한 반성”이라고 밝혔다.

탁현민 위원은 청와대 선임행정관으로 내정된 2017년 5월 즈음부터 여성을 대상화하는 여성혐오적 관점을 가진 인사가 주요 공직에 올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과거 직접 쓴 <남자 마음 설명서>(2007년 출간)와 4명의 남녀가 7개월 동안 나눈 대화를 다른 기록자가 정리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2007년 출간)에서의 적나라한 여성 혐오 표현이 문제가 됐다.

직접 쓴 <남자 마음 설명서>의 경우 ‘콘돔 사용은 섹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상의를 입고 허리를 숙일 때 가슴을 가리는 여자는 그러지 않는 편이 좋다’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남자 입장에선 테러를 당하는 기분’ ‘대중교통 막차 시간 맞추는 여자는 구질구질해 보인다’ 등의 구절이 등장한다.

또 대담자로 참여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는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여중생 한명을 섹스로 공유했다. 좋아하는 애가 아니었기에 어떤 짓을 해도 별 상관없었다” “(그 친구한테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안 들었냐는 질문에는) 글쎄. 그땐 그냥 그런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2017년 여름 자신의 저서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자 탁 위원은 “현재 저의 가치관은 달라졌지만 당시의 그릇된 사고와 언행을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사과했으나 여성계와 시민사회단체가 강력하게 요구한 ‘사퇴’는 하지는 않았다. 그해 8월 정현백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은 직접 그의 사퇴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사실을 국회에서 밝히고 “그 이후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좀 무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해 7월 여성신문은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를 비판하는 내용의 ‘제가 바로 탁현민의 그 ‘여중생’입니다’라는 기고를 인터넷 홈페이지·SNS에 게재했고, 탁 위원은 명예훼손을 입었다며 소를 제기했다. 탁 위원은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의 경우 제가 직접 쓴 부분은 짤막한 후기 뿐이고, 나머지는 ‘나쁜 남자’라는 설정된 캐릭터에 따라 발언한 것이었다“면서 ”남의 원고를 고칠 수 없어 ‘새빨간 거짓말도 있고 해서는 안될 말도 있고…’라고 후기로도 남겼다“고 주장해 왔다.

아래는 탁 위원이 29일 밤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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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자문위원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여성신문과의 2년 동안 송사가 끝났습니다. 제주에서 낚시를 하던 중에 변호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여성신문이 2심 판결을 받아들여 종결되었다는 말이었습니다.

통쾌하기도 했고, 이겼다는 생각도 들었고, 어느 정도 복수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소송의 승소를 발판으로 내가 하지 않은 말, 맥락을 오도한 문장들, 의도적인 공격들까지 이미 갈무리 지어 놓은 실명의 사람들과 익명의 사람들, 정당들, 단체들 그리고 정치인들까지. 자,구 하나 하나까지 지난 1년 동안 검토했던 그 사람들에 대해 추가로 민사, 형사 소송을 시작해도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실은 2심 판결이 나고 한동안 그 판결문을 오랜동안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내게 유리한 정상과 내용만 읽혔고 몇번 더 읽으니 유난히 한 문장이 내게 들어와 박혔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자초한 부분도 있으니...”

여성신문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악의적으로 게시하여 나의 명예를 훼손하였지만 그보다 더 많은 언론, 더 많은 익명과 실명의 사람들도 그러하였지만, 그러나 내가 아무리 못 본척 한다해도,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해도, 비록 그 책 한 귀퉁이에 ‘이 글은 사실이 아니다’ 라고 써 놓았어도, 예를 들어 이야기 한 것이었어도, 의도적인 오독이었어도....

그랬어도, 나는 지난 2년간 내가 받은 모욕에 대해 ‘스스로 자초한 부분’ 이 있음을 부정 할 수 없었습니다.

맞습니다. 이 소송의 승소는 ‘사실’여부만 가릴 뿐 내가 자초했던 ‘실수와 잘못’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님이 분명합니다. 비록 어떤 사람들은 그 실수를 과장했고, 이용했지만 어쩌면 그또한 내가 자초한 일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나는 13년 전 내 실수와 의식하지 못한 채 뱉어 냈던 말과 글들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이렇게 사과함으로써 어떤 사람은 13년 전에는 몰랐던 것을 13년 후에 깨달을 수도 있다는, 사람은 언제나 조금씩 나아 질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점점 극단적으로 치닫는 남,녀 갈등의 문제역시 양 극단의 혐오의 말들보다는 그 중간 사람들을 믿고 서로 신뢰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한기총의 전광훈 목사가 한국기독교의 대표 목사가 아니듯, 그의 말과 행동이 다수 기독교인의 생각이 아니듯, 여성혐오와 남성혐오 그 양 극단에서 서로의 갈등을 부추기며 혐오의 대결로 연명하는 자들의 말보다는, 가까이서 함께있는 친구와 식구들의 상식을 믿고 서로의 갈등을 조금씩 무너트려갔으면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공연연출 입봉작은 ‘한국여성재단 창립 기념 공연’ 이었습니다. 또한 저의 첫 번째 흥행작은 이화여대에서 공연했던 ‘우먼스갈라콘서트’ 였습니다. 두 공연 모두 여성관련 기금 마련 공연이었습니다.

여성재단 창립공연의 출연자는 신해철, 윤도현, 크라잉넛등 남자가수들이었고, 이은미, 한영애, 이상은씨등이 출연했던 우먼스 갈라콘서트의 유일한 게스트는 성시경씨 였습니다.

공연은... 성공했고 덕분에 당시 여성재단에 명예 이사장이셨던 이희호여사의 초대로 청와대 오찬에 초대 받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 입니다.

여성들의 고난에는 남성들이 함께하고 남성들의 문제엔 여성들의 지지가 가장 큰 힘이 된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이 두개의 공연에서는 그러했습니다.

여성신문으로부터 배상받은 금액은 한동안 도왔던 여성관련 단체에 보내겠습니다. 이또한 사과이며

오래 전 실수에 대한 반성입니다. 내가 기억하지도 못한체 했던 잘못은 또 얼마나 많을까 싶어 더 부끄러운 저녁입니다.

긴 소회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