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성장률, 한은은 ‘개선’ 전망했지만 전문가들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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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내년 중반 반등 예상하지만
올 4분기 첫 달부터 기대치 미달
내년 금리 1.0%로 인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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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9일 올해 경제성장률이 2.0%를 찍고 내년 2.3%로 개선될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내놨으나 시장에서는 경기회복 여부를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해 올해 성장률을 끌어내린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인구고령화를 비롯해 저하된 경제 기본체력을 회복할 계기도 마땅치 않다.

한은의 2019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그간 줄곧 하향세였다. 지난해 1월 전망 때에는 2.9%로 장밋빛이었으나 이날 2.0% 턱걸이에 그치며 작년보다 0.7%포인트 떨어졌다. 한은은 이 같은 낙폭이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산한 올해 세계 성장률 둔화폭인 0.6%포인트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 성장률이 2011년 이후 세계 경제 성장률을 계속 밑돌고 있는데 그 격차는 경제 성숙도를 고려할 때 다른 선진국의 과거 사례와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2.0%’라는 턱걸이도 그나마 정부의 연내 재정집행률을 감안한 것이다.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은 “만약 집행률이 예상에 못 미칠 경우 성장률 달성에 하방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4분기 성장률이 0.97%를 넘어야 하지만 4분기 첫 달인 10월부터 실적이 좋지 않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0.4%), 소비(-0.5%), 설비투자(-0.8%) 모두 전월에 비해 일제히 감소했다.

유의미한 반등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바닥을 다진 경기가 내년 중반부터 반도체 경기 회복에 힘입어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활황을 보였던 2018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잠재성장률(2.5~2.6%)을 밑돈다면 “우리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강하다고 볼 수 없다”고도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경기가 올해와 비슷하거나 나쁠 것으로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소비·투자 등 실물지표상 경기 개선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표상으로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 후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은은 내년 성장률을 올해보다 높게 예상했으나 기본적으로 경기가 하강한 국내외 요인들이 크게 바뀐 게 없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내년 성장률은 올해보다 낮은 1.8%로 전망된다”면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성장을 이끌어갈 동력이 없다. 그간 정부의 부양책으로 버텨왔지만 생산가능 인구 감소를 비롯한 구조적 문제 등도 맞물려 있어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에 따라 기준금리가 내년 2분기쯤 사상 최저수준인 1.0%로 추가 인하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신인석 위원이 ‘인하’ 소수의견을 내며 금리동결에 이견이 표출됐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성장률 갭, 1% 물가상승률, 0%대 후반의 근원 인플레이션 전망치만 보면 한은의 금리 인하 명분은 충분히 확보됐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저성장과 저물가가 나타날 경우 내년에 금리를 한 번 정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