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과 패스트트랙] [국회 파행]한국당 “국회 종료까지 필리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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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저지 위해 ‘최후 카드’
민주·정의당 “민생법안 통과 합의 깨고 국회 마비”…본회의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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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 빈자리…한국당 의원들만 ‘대기’ 국회는 29일 본회의를 개최해 200여개 비쟁점 민생·경제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하면서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한국당 일부 의원들만 본회의 개의를 기다리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자유한국당이 29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검찰개혁 법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했다. 한국당이 정기국회가 끝나는 다음달 10일까지 쟁점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결정하면서 이날 예정된 국회 본회의는 무산됐고 정기국회 의사 일정도 차질을 빚게 됐다. 제1야당이 당리당략을 위해 민생·개혁 입법을 볼모로 국회를 멈춰 세운 것이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한국당 의원들의 총사퇴를 촉구하고 내년 총선 낙선운동을 선포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의원총회를 열어 정기국회가 종료될 때까지 필리버스터를 하기로 결정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불법으로 출발시킨 패스트트랙 폭거의 열차가 대한민국을 절망과 몰락의 낭떠러지로 몰고 있다”며 “불법과 다수의 횡포에 한국당은 평화롭고 합법적인 저항의 대장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법 106조 2항은 본회의 부의 안건에 대해 재적의원 3분의 1이 요구할 경우 무제한 토론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당은 각 안건에 대해 의원 1명당 4시간씩 토론을 진행키로 했다. 소속 의원 108명이 법안 1건당 432시간을, 법안 200여건에 대해서는 8만6400시간의 토론이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본회의 불참으로 맞섰다. 국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회법상 재적의원 5분의 1 참석으로 본회의가 개의될 수 있지만, 안건 표결을 위한 본회의는 의결정족수(과반)를 충족해야 열리는 게 관행”이라고 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국회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여야가 합의한 민생법안들에 필리버스터를 해서 통과를 못 시키게 하겠단 것은 국회를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밤 한국당 측에 협의를 요구하면서 당 소속 의원들에겐 국회 주변 대기령을 내렸다. 정의당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패스트트랙 저지에 민생을 볼모로 잡겠다는 정신 나간 짓”이라고 맹비난했다.

당초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유치원 3법’과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민식이법’ 등 주요 민생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내년 예산안과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법안 및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등도 12월2~10일 사이에 상정해 처리하려 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장하나 활동가는 “한국당의 정치는 공공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철저히 자기 이익을 위한 정치”라고 지적했다. 스쿨존 내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군의 어머니 박초희씨는 국회 회견에서 “우리 민식이가 협상 카드냐”며 눈물을 흘렸다.

논란이 일자 한국당 측은 “민식이법 등은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니다”라며 “본회의가 열리면 민생법안부터 우선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