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과 패스트트랙] [국회 파행]필리버스터, 임시국회서도 가능…공수처법·선거법 연내 처리 물 건너가나
by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두 법안 상정 순위도 관건…민주당과 야 4당 입장 엇갈려
자유한국당이 29일 비쟁점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하면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라간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법안도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한국당이 건건이 필리버스터로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순서를 두고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의 수싸움도 복잡해졌다. 한국당의 ‘막무가내식’ 대결 정치로 20대 국회는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지우지 못하게 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한국당이 법안 200여건에 대해 일일이 신청한 필리버스터를 개시하지 못하도록 본회의를 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 등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에 반대해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문 의장은 결국 의결 정족수(148명) 부족으로 본회의 개의를 하지 않았다.
한국당의 극단적 대응으로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 운명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은 12월2일이고, 이튿날인 3일부터는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법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문 의장은 예산안과 패스트트랙을 일괄 처리하지 않고, 2일 이후부터 예산안과 예산 관련 부수법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 개최를 먼저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상 예산안은 필리버스터의 대상이 아니다.
문 의장이 예산안 처리 이후 패스트트랙 법안을 상정할 경우 한국당은 정기국회 종료일인 다음달 10일까지 필리버스터로 대응하며 의사일정을 저지할 수 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 진행을 중단하려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바른미래당 탈당파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이 필리버스터 동참을 예고한 상태라 사실상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막을 수 없다.
이 경우 민주당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가 자동 종료된 후인 12월11일부터 임시국회를 열어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시도할 수 있다. 문제는 여야 4당 합의에 따라 선거법을 먼저 처리하더라도,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법도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로 시간을 끌면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법의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진다.
법안 상정 우선순위도 관건이다.
민주당은 선 공수처법·후 선거법 처리 입장에 기울어 있다. 선거법 우선 처리를 주장하는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정기국회에서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뒤 다음 회기에선 토론 없이 자동 표결처리가 가능하지만 법안 우선순위를 놓고 한국당을 제외한 ‘패스트트랙 연대’의 갈등이 예고된 셈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제동,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과의 원만한 합의 등 쉽지 않은 고차 방정식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