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소위’ 밀실로 넘어간 예산, 졸속·짬짜미 되풀이할 텐가

당초 29일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려 2020년도 예산안을 의결키로 한 날이다. 그러나 예결위는 전날 오후에야 여야 교섭단체 3당의 예결위 간사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가동해 중단했던 예산 심사를 재개했다. 국회의 예산안 의결 법정시한(12월2일)을 앞두고 이른바 ‘소소위’에 예산 심사를 넘긴 것이다. ‘늑장→졸속·날림→깜깜이·밀실’로 이어지는 예산 심사의 오명과 법정 기한을 무력화하는 구태가 5년째 되풀이되는 셈이다. 국회는 명백한 직무유기에 대해 뼈저린 반성문부터 내놔야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소소위’의 밀실로 넘어간 예산이 졸속과 ‘짬짬이’로 얼룩질 공산이 커졌다.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소소위’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며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다. 감시의 사각지대인 ‘밀실’에서 날림 심사가 반복되고 여야의 뒷거래와 민원성 ‘쪽지 예산’ 끼워넣기가 난무하는 걸 막을 방도가 없다. 이번에는 ‘소소위’의 회의 내용을 속기록으로 남기고 언론에 브리핑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여야가 이견을 보이면서 ‘심사 공개’는 없던 일이 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선심 예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여야가 밀실에서 예산을 맘대로 주무르기 위해 비공개에 의기투합한 것이다.

정부가 제출한 513조5000억원의 예산안에 대해 상임위 심사에서는 13조6000억원이 증액되고, 3조원 정도가 감액됐다고 한다. 총선용 지역구 민원 예산이 태반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증액이 2조원을 넘어섰다. 예산소위의 감액 심사에서는 상임위 삭감 의견 651건 중 169건(약 5000억원)만 확정하는 데 그쳤다. 나머지 보류된 482건의 추가 심사와 증액 안건 심사도 밀실의 ‘소소위’에서 이뤄진다. 여야의 정치적 흥정과 ‘짬짜미’가 활개치고, 민원 예산이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욱이 시한이 촉박해 올해 역시 날림 심사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러한 폐습을 끊고 예산 심사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모든 논의를 공개하고 기록하도록 의무화하는 국회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예결위의 상설화를 포함해 고질적인 ‘졸속’ 심사를 막기 위한 제도적 개선책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