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경제 석학과 거대 자본이 손잡고 치밀하게 키워 온 ‘미국의 극우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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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선 민주주의
낸시 매클린 지음·김승진 옮김
세종서적 | 524쪽 |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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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 미국 41개 주에선 저소득층·젊은층 등의 투표권을 제약할 법안들이 발의됐다. 일부 주에선 노조 무력화, 기업 규제 완화, 부유층의 과세 회피, 공교육 사유화 등을 담은 조치들이 실시됐다. 미국이 자랑스럽게 여긴 민주주의와 진보적 가치가 극우파의 득세로 점차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역사학자인 낸시 매클린 듀크대 교수가 쓴 <벼랑 끝에 선 민주주의>(원제 Democracy In Chains)는 미국 극우보수주의의 근원을 파헤친다. 저자는 앞서 언급한 사례들이 일회성이 아니라 지난 60년 동안 은밀하게 기획·조직된 극우보수주의의 “치밀한 운동”의 결과로 분석한다. 이 운동의 배후는 놀랍게도 1986년 공공선택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 제임스 맥길 뷰캐넌과 유명 최고경영자(CEO)이자 억만장자인 코크 인더스트리스의 찰스 코크 회장이라고 책은 폭로한다.

미국 극우보수주의의 이론적 ‘설계자’가 뷰캐넌, 그 ‘자금줄’이 코크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뷰캐넌이 경제학과장으로 있었던 조지 메이슨대 비공개 문서보관소의 뷰캐넌 관련 문서들에서 2013년 확인했다. 뷰캐넌은 ‘민주주의와 자유(시장만능주의)가 충돌하면 자유가 먼저’라는 소신을 지녔다. 저자는 “한마디로 뷰캐넌은 ‘민주주의에서 자본주의(시장만능주의)를 구해내기 위한’ 급진우파 운동의 이론을 만들고, 코크는 뷰캐넌을 비롯해 기업·자본가 이익을 위해선 다방면에 돈을 쏟아부었다”는 것이다. 이제 극우보수주의자들은 뷰캐넌의 이론에 따라 헌법까지 개악 중이다. 책은 극우 학자들과 거대 자본가들의 연대가 어떤 폐해를 낳는지 잘 보여준다. 그런데 이 같은 움직임이 과연 미국만의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