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수당, 존슨 총리 대신 얼음조각상 놔둔 방송사 운영권 재검토 협박

영국 채널4 방송이 자사가 주관한 기후변화 토론회에 불참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자리에 녹아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지구 모양의 얼음을 놓은 채 방송을 진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보수당은 방송사 운영권 재검토 방침까지 시사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영국 채널4 방송은 28일(현지시간) 12월12일 조기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 대표들을 초청해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1시간짜리 토론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 조 스윈슨 자유민주당 대표가 참석했다. 존슨 총리는 불참했다. AFP통신은 존슨 총리가 경쟁자인 코빈 대표하고만 토론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여당인 보수당 쪽에서는 존슨 총리 대신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을 내보내려 했으나 채널4 측은 정당 대표만이 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며 불허했다. 채널4는 존슨 총리의 자리에 얼음 조각상을 놔뒀다. 이 조각상은 지구 모양으로 생겼으며 하단에는 ‘보수당’이라고 적혀 있었다. 스튜디오의 열기 때문에 얼음이 녹아 물이 떨어져 내렸다. ‘편파적인 진행이 우려된다’며 불참을 통보한 나이절 패라지 브렉시트당 대표의 빈 자리에도 얼음 조각상이 놓였다.

보수당은 발끈했다. 리 케인 보수당 대변인은 “초당적인 행사에 보수당이 참여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방송통신규제위원회에 항의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제임스 클레버리 보수당 의장은 12월12일 선거는 총리를 뽑는 선거가 아니라 의원을 뽑는 선거인만큼 존슨 총리의 토론회 참석을 강요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보수당 내부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존슨 총리가 승리할 경우 2024년 만료되는 채널4의 운영권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버즈피드가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가디언도 보수당 관계자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