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시즌 절반 밖에 못 뛰었지만 “열정·초심 되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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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추락에도 얻은 것 많아 “결과 상관없이 경기 즐거워”
올해 10점 만점에 5점 평가 “내년 도쿄 올림픽 욕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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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이 2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시 초심을 찾은 것 같아요.”

연이은 부상 속 시즌을 반밖에 치르지 못했다. 남자프로테니스(ATP) 단식 세계 랭킹도 지난해 4월, 19위까지 올랐던 순위도 지금은 129위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정현(23·제네시스 후원)은 재도약의 희망 속에 한 시즌을 마무리했다. 부상 복귀 뒤 비록 챌린저 대회지만 청두 인터내셔널 챌린저에서 우승했고, 메이저대회에 복귀해 3회전(US오픈)에 올라 부활을 알렸다.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테니스에서 기쁨을 찾은 것이다.

정현은 2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네시스와 함께하는 정현 선수와의 만남’ 행사를 통해 모처럼 공식석상에 나섰다. 정현은 이날 자리에서 올해 자신을 돌아보며 “10점 만점에 5점”으로 평가했다. 그는 “올해는 대회를 절반밖에 뛰지 못했다. 부상이 길었으나 긍정적으로 이겨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성숙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정현은 테니스 열정과 기쁨을 되찾은 것에 만족감을 표현했다. “테니스에 대한 마음이 예전과 같아졌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과정이 좋았다는 데서 즐거움을 찾는다. 그러면서 경기장에 있을 때, 테니스를 칠 때 즐겁다”고 했다.

정현은 투어 톱유망주가 출전한 2017시즌 넥스트제너레이션 파이널에서 우승한 뒤 이듬해 1월 호주오픈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에 올라 단숨에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그러나 이후 기대가 높아진 만큼 부담감도 커졌다. 게다가 부상까지 겹쳤다. 호주오픈에서 당한 발바닥 부상을 시작으로 허리와 발목 부상으로 거의 2년에 걸쳐 긴 슬럼프를 겪었다. 올해도 2월 대회 이후 허리 부상으로 5개월의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이제 부상에서 자유로워졌다. 복귀 이후엔 긍정적인 경기가 많았다. 정현은 “복귀 뒤 좋았던 경기 기억이 몇 개 있다”며 “US오픈에서 0-2로 지다가 역전한 페르난도 베르다스코(스페인)전이나, 그다음 라파엘 나달(스페인)이라는 톱플레이어를 메이저 대회에서 다시 만났다는 점이 기뻤다. 도쿄오픈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한 마린 칠리치(크로아티아)를 상대로 첫 승을 따내기도 했다. 또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밀로시 라오니치(캐나다)를 꺾은 것도 기억난다”고 말했다.

정현은 “몸 관리를 잘해서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소화하고 싶다”고 다짐하며 “투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브와 리턴, 체력도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정현은 국가대표 축구 선수들과의 친분으로도 화제다. SNS를 통해 백승호(22·다름슈타트), 김민재(23·베이징 궈안), 황희찬(23·잘츠부르크) 등과 활발히 교류한다. 정현은 “어쩌다 보니 축구선수들과 친해졌다. 시즌이 다르다 보니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건 아니다. 해외에서 가끔 얼굴을 보면서 대화하고, 힘든 부분을 공유하는 부분을 통해 도움을 많이 받는다. 서로 응원한다. 타지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더 반갑다”고 했다.

2020 도쿄 올림픽 출전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정현은 “운동선수라면 당연히 출전하고 싶은 대회가 올림픽 아닌가. 기회가 되면 꼭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가 이겨보고 싶다”고 밝혔다. 정현이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세계 랭킹을 50위권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데이비스컵 3회 출전(4년간)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정현은 내년 3월 데이비스컵 예선 이탈리아와의 원정경기에 나가야 기준을 채운다.

정현은 오프시즌 약 3주에 걸쳐 방콕에서 훈련하며 새 시즌을 준비한다. 정현은 내년 1월 호주 캔버라 챌린저 대회로 시즌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