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드레스를 입는 왕자,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재봉사…저마다 꿈을 좇는 현대판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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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와 드레스메이커
젠 왕 지음·김지은 옮김
비룡소 | 288쪽 |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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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가 시작될 무렵의 프랑스 파리. 세바스찬 왕자의 열여섯 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무도회 초대장이 각지로 날아든다. 초대장에는 “멋진 신붓감이 될 모든 젊은 여성을 초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오랫동안 읽어 온 흔한 왕자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공주를 구하려는 왕자, 혹은 왕자와의 사랑을 꿈꾸는 신데렐라가 등장할 차례다.

책은 이런 통념을 깬다. 세바스찬 왕자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드레스 입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신붓감을 찾는 건 왕자가 아니라 그의 부모다. 부모의 성화에 지친 왕자는 밤이 되면 ‘레이디 크리스탈리아’가 되어 과감한 옷을 입고 파리 시내를 활보한다. 유행에 얽매이지 않는 레이디 크리스탈리아는 곧 파리의 ‘패션 아이콘’으로 부상한다.

왕자의 일탈에는 재봉사 프랜시스의 ‘희생’이 따랐다. 말단 재봉사로 일하던 프랜시스는 왕자의 개인 재봉사로 발탁돼 그만을 위한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왕자에게 프랜시스는 “우리는 서로 도울 수 있다”며 용기를 주지만, 왕자의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선 디자이너라는 꿈을 포기해야 한다는 현실에 직면하고 왕자의 곁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왕자는 말한다. “지금까지 내 인생은 다른 사람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만 가능했어. 무엇을 입으면 우스꽝스러운지는 이제 내가 결정하고 싶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도전하는 일의 아름다움을 알게 한다. 누구의 희생도 강요하지 않으며, 함께 성장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아름다운 울림과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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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작업과정을 설명하며 “처음 이야기를 떠올렸을 때 두 주인공을 어른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결국엔 10대 청소년으로 그리기로 결정했다”며 “10대를 주인공으로 해도 거의 바꿀 것은 없고 감정은 오히려 고조됐다. 주인공들은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최초로 발견한다. 그래서 더 순수하고 더욱 감수성이 풍부한 이야기가 됐다”고 말했다.

드레스를 입는 왕자라는 파격적이고 신선한 소재로 “정말로 행복한 결말이 존재하는 현대판 동화”(뉴욕타임스)라는 평을 받았다. 2019년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아이스너상 2개 부문(최고의 작가·아티스트, 최고의 청소년책)을 수상했으며, 2019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젊은 독자상을 수상했다. 미국 보스턴글로브가 ‘2018년 최고의 어린이책’으로 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