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침묵과 소리의 세계, 경계에 선 사람들

by

우리는 코다입니다
이길보라, 이현화, 황지성 지음
교양인 | 394쪽 | 1만8000원

http://img.khan.co.kr/news/2019/11/29/l_2019113001003444400288271.jpg

세상에는 수많은 ‘경계인’들이 살고 있다.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 역시 그중 하나다. 농인(聾人)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聽人)을 의미하는 코다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 침묵과 소리의 경계, 수어와 음성언어의 경계에서 산다.

코다는 수어로 옹알이를 하고 소리보다 먼저 손과 표정을 통해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운다. 온통 소리로 가득한 세상에서 부모 귀가 되고 입이 되는 통역사 역할도 한다. 식당에서 음식을 시킬 때도, 부동산에서 집을 계약할 때도, 부모님이 아파 병원에 갈 때도코다는 부모의 손말을 세상의 입말로 전하며 ‘농세계’와 ‘청세계’를 연결한다.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이길보라, 수어 통역사이자 언어학 연구자인 이현화, 장애인 인권활동가이자 여성학 연구자인 황지성이 한국 유일의 코다 단체 ‘코다 코리아(CODA Korea)’에서 만나 책을 기획했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낯선 존재인 코다를 드러내고 싶어했다. 코다 이야기에 다양성과 깊이를 더하고자 한국계 미국인 코다 수경 이삭슨(Su Kyung Isakson)도 동참했다.

코다라고 다 같지 않다. 그 안에서도 또 다른 경험을 갖고 있다. 각각 부모에게서 수어를 배운 코다, 수어를 사용하지 않는 부모 아래서 자란 코다, 퀴어한 코다, 한국계 미국인 코다인 저자들은 자신들 경험을 확장해 장애인·여성·퀴어·이민자를 비롯한 사회적·언어적 소수자들에 다가간다. 이길보라는 프롤로그에 “이 책이 침묵의 세계와 소리의 세계 사이에 서 있는 이들을 발견하고 명명하고 잇고 확장하기를 바란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