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과는 다를 ‘김광현의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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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MLB 사무국에 포스팅 요청
첫 도전 땐 불펜으로 협상 탓 불발
올 시즌 선발 가치 증명해 ‘기대감’

5년 전과는 다르다. 연봉도, 보직도 협상할 수 있다.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나선 만큼 충분히 고민할 선택의 기회가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28일 메이저리그사무국에 김광현(31·SK·사진)의 포스팅을 요청하면서 김광현의 미국 진출을 위한 일정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이제 메이저리그사무국이 검토 뒤 포스팅을 30개 구단에 고지하면 이튿날 오전 8시(미국 동부시간 기준)부터 30일간 협상이 시작된다.

첫번째 포스팅 때와는 많은 것이 다르다. 김광현은 2014년 시즌을 마친 뒤 SK 구단의 동의를 얻어 포스팅에 나섰고 당시 최고 응찰액을 적어낸 샌디에이고와 협상했으나 입단까지 이뤄지지는 못했다. 당시에는 최고응찰액을 적어낸 1개 구단이 독점협상권을 갖고 이 금액이 원소속구단에 이적료로 지불되는 시스템이었다. 김광현에게는 협상의 여지 자체가 없었다. 그러나 바뀐 한·미선수계약협정으로 이번에 김광현은 30개 구단 중 관심을 보이는 어느 구단과도 협상할 수 있다.

김광현의 미국행 여부는 결국 계약 규모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그 몸값의 크기를 좌우할 제1요소는 보직이다. 5년 전 제약이 많은 포스팅 시스템에서 김광현이 실패했던 결정적 요소이기도 하다. 당시 샌디에이고는 김광현을 불펜 자원으로 보고 협상했다. 제시하는 계약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도 메이저리그에서는 김광현의 가치를 불펜 투수 쪽으로 보는 시선은 여전히 있다. 물론 김광현은 선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결국 이 부분이 협상의 핵심이 된다. 협상의 묘가 중요하기에 김광현은 본격적인 협상을 위해 현지 에이전트 계약 작업에도 들어가 있다.

김광현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이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으로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알린 이후 꾸준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의 투수 김광현은 선발로서 훨씬 성숙해져 있다. 특히 팔꿈치 수술 뒤 완전히 회복해 2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하며 올해는 31경기에서 190이닝을 넘기고 17승(6패)을 거둬 22세였던 2010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으로 되살아났다. 올 시즌 내내 스카우트들이 김광현을 따라다니며 선발 김광현의 가치를 확인했다. 현지에서는 뉴욕 메츠, 캔자스시티, 애리조나, 시카고 컵스, LA 다저스 등이 김광현에게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