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의 도쿄 책갈피]믿고 기다려 주세요, 아이가 낯선 선택을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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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브래디 미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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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 뉴스’와 ‘서점 대상’이 제휴해 시작한 ‘2019년 논픽션 대상’이 지난 6일 발표됐다. 올해는 재영(在英)일본인 작가 브래디 미카코의 <나는 옐로이고 화이트고 약간 블루>가 대상을 수상했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난 브래디 미카코는 아일랜드인 남성과 결혼 후 현재는 영국에 살고 있다. 영국에서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며 사회격차와 육아 문제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해왔다. <나는 옐로이고 화이트고 약간 블루>는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명문 가톨릭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동네에 있는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중학교 입학을 선택한 아들. 부모는 백인들만 다니는 동네 학교보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성적도 좋은 가톨릭 학교를 추천하지만 아들은 다른 세상을 보고 싶다며 동네 학교를 택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체성의 방황, 경제격차, 인종차별 등 다양한 문제를 겪게 된다.

교복을 입고 걷는 것만으로 길거리에서 차별 발언을 듣는 아들, 교내에서 발생하는 폭력 사태들 앞에서 부모는 나날이 초췌해 간다. 엄마 브래디 미카코는 차별 발언을 듣자마자, 집으로 뛰어들어온 아들에게 “잘했다”고 말한다. 도덕 교과서라면 차별과 싸우라고 하겠지만, 현실에선 더 큰 폭력을 당하지 않는 것, 나아가 목숨을 부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이들은 다양성에 대해 고민한다. 작가는 학교에 가면 중국인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아프리카에서 전학 온 여학생은 ‘그곳에선 여성이 심한 차별을 받지 않느냐’는 질문공세에, 또 그런 눈초리에 시달린다. “다문화 사회를 살아간다는 것은 때로는 해파리가 둥둥 떠다니는 바다를 헤엄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작가는 말한다.성탄절, 가톨릭 학교에선 학부모를 초대해 성가를 부르고 미사를 올렸는데 아들이 들어간 동네 중학교에선 가난한 동네에 사는 학생이 무대에 서서 랩을 읊는다. “아빠는 아파트 단지 앞에 쓰러져 있고, 엄마는 술에 취해 있고, 누나는 인스타그램에 접속하지 못해 화가 나 있고, 할머니는 틀니를 하수구에 빠뜨려 멍하니 서 있네. 칠면조가 오븐에서 타고 있어. 나는 채소를 썰고 있어.” 브래디 미카코는 명문 가톨릭 학교와 빈곤층이 다니는 중학교의 격차에 깜짝 놀란다. 그러나 교사들 모두 랩을 하는 학생을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에서, 이 학교가 ‘보통’ 학교는 아니라고 느낀다. 연극과 음악을 통해 아이들이 빗나가지 않도록 지도하고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가르치는 교사들 모습을 통해 그녀는 학교를 조금씩 신뢰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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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했을 당시 자신을 ‘옐로이자 화이트이자 블루’라고 표현한 아들은 1년 후, 블루의 우울함을 벗어던지고 ‘옐로이자 화이트이자 그린’이라고 말한다. ‘그린’은 미숙함이자 환경을 보호하자는 의미다.

수많은 한국인들이 다양한 나라에서 아이들을 키운다. 브래디 미카코는 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비슷한 고뇌를 하는 이들에게 나름대로의 답변을 제시한다. 아이를 믿으라고, 아이가 자신의 피부색 이외의 개성을 찾을 때까지 부모에겐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넌지시 이야기한다. 아이가 고르는 색은 끊임없이 변할 게 분명하다고 말이다.